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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방위비-북미회담 연계한 美… ‘주한미군 카드 활용’ 내비치며 압박

입력 | 2019-01-31 03:00:00

해리스 대사 “정상회담 前 타결을”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28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면담을 하고 돌아간 직후 국방부 관계자들은 “한미가 회담 내용을 비공개하기로 했다”며 함구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논의와 관련해서는 “양측이 원론적인 언급을 했을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해리스 대사가 다음 달 말로 예정된 2차 북-미 정상회담과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사실상 연계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교가 안팎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시 면담에서 해리스 대사는 정 장관에게 “북-미 정상회담 전 한미 간에 갈등 요소를 남기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취지로 말했다. 즉 3, 4주가량 남은 북-미 정상회담까지 방위비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 감축 등 한미동맹 문제를 북한과의 회담 테이블에 올려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엄포로도 해석된다.

앞서 해리스 대사는 지난해 12월 28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나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미 측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주한미군 주둔 법적 근거인)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다른 방식으로 이행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번엔 아예 북-미 협상장에서 주한미군 이슈를 거론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협상 주무부처인 외교부는 미국이 주한미군 등 한미동맹 문제를 북한 비핵화 추가 조치를 이끌어내는 카드로 쓰는 걸 막기 위해 2차 북-미 정상회담 전 가급적 빨리 협상을 타결하길 기대하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4월 15일까지 타결되지 않을 경우 분담금이 없어) 주한미군 근무 한국인 근로자들이 무급휴가에 들어가야 하는 만큼 협상이 빨리 타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타결돼도) 국회에서 비준동의를 하는 데 한 달 이상 걸린다. 시간이 많지 않다”고 했다. 늦어도 2월 말∼3월 초에는 협상이 타결돼야 무급휴가 사태 등 추가 혼란을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2차 북-미 정상회담 전에 분담금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 등 한미동맹 역할 변화를 거론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방위비 분담금을 2000억∼3000억 원 더 올려주는 문제로 한미 간 갈등이 계속될 경우 결국 감정싸움까지 가면서 동맹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며 “미래 안보를 위한 투자 측면도 있는 만큼 한미 양국이 수용 가능한 범위에서 속히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까닭에 한미 정상 간 담판을 통해서라도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속히 마무리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북-미가 정상회담을 앞두고 조만간 공동보도문 문안 및 의제 조율에 본격 돌입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실무선 협상부터 다시 시작하기엔 별로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분담금 액수 문제로 정상회담을 따로 갖기는 서로 부담스러운 만큼 전화통화로 이견을 좁히는 아이디어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청와대 안팎에선 분담금을 더 내라고 한국 정부를 잇달아 압박하고 있는 해리스 대사에 대해 “불쾌하다”는 말이 자주 들린다. 해리스 대사가 그간 협상 과정에서 보인 태도가 지나치게 강경 일변도라는 것. 대사로서 본국 입장을 전달하는 건 당연하지만 주재국 상황도 고려한 중재가 아쉽다는 얘기다. 캐슬린 스티븐스 한미경제연구소장,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 마크 리퍼트 전 대사 등 최근 주한 미국대사들이 대부분 지한파였다는 점에서 해리스 대사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두드러지는 측면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군 인도태평양사령관을 맡았던 해군 4성 장군 출신이라서 그런지 과거 대사들과는 다른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손효주 hjson@donga.com·한기재·문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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