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만 달성된 북한의 요구
댄 스카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국장이 19일 트위터에 공개한 사진은 김영철과 트럼프 대통령의 면담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영철 일행에 미국 측 입장과 회담 방향, 북한이 취해야 할 비핵화 조치 등을 길게 언급하며 북한을 압박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영철의 면담이 예정됐던 시간은 18일 오후 12시15분. 30분 뒤인 12시45분에는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의 면담이 잡혀 있어 길어도 30분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예상이었다. 이 면담 일정을 뒤로 미루면서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회담에 대한 미국의 입장과 방향, 북한의 비핵화 조치 필요성 등을 역설하며 북한을 강하게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의 정확한 날짜와 장소 공개까지 확정해달라고 요구하는 김영철의 설득도 한동안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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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관건은 스웨덴에서 이뤄질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간 실무협상에서 얼마나 진전된 결과를 도출하느냐 하는 것. 외교소식통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반출 혹은 생산 중단 정도로는 미국이 제재완화를 해줄 생각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미국의 실무 협상팀이 개성공단 관련 제재 면제는 사실상 제재 무력화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확실한 비핵화 조치를 내놓지 않으면 이것 역시 쉽지 않다”고 전했다. 비핵화 실무협상이 시작됐지만 앞으로도 난항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김영철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고위급 회담이 끝난 뒤 로이터 통신이 “양측의 이견이 좁혀졌다는 징후는 없었다”고 전하는 등 워싱턴에는 아직도 회의론이 강하다. 워싱턴포스트는 “김정은이 잘 속아 넘어가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겉만 번지르르한 가짜 금(fool‘s gold)을 주고 양보를 얻어내려 할 가능성이 있다”며 ’정상회담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전문가들도 실질적인 진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2차 정상회담이 지난해 싱가포르 회담 때처럼 (준비 없이) 이뤄질 경우 북한의 손에서 놀아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두 정상은 이제 본격적인 회담에 들어가 구체적인 진전 상황과 비핵화 프레임, 일정 등을 도출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1차 정상회담을 ’멀리건‘(골프 샷이 잘못된 경우 이를 무효로 하고 새로 치는 것)으로 주장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김정은과의 두 번째 경기에서는 공을 러프에 빠뜨리거나 재차 압도당할 여유는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