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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전성철]손혜원의 ‘내로남불’

입력 | 2019-01-18 03:00:00


2015년 12월, 새정치민주연합이 더불어민주당으로 당명을 바꾸자 부정적 반응이 쏟아졌다. 약칭을 ‘더민주당’으로 정하려 한 것도, 영문명에서 ‘더불어’를 줄여 정관사 ‘더(The)’로 표기한 것도 구설에 올랐다. 당명 개정을 주도한 손혜원 당 홍보위원장은 그런 비판에 대해 “나는 사람들 지갑을 열어 물건을 사게 만든 사람이다. 대중의 반응 중 유의미한 것과 트집을 구별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참이슬’ ‘처음처럼’ ‘엔제리너스’ 등을 만든 브랜드 네이밍 전문가인 본인 판단이 옳으며 비판은 트집에 불과하다는 이야기였다.

▷유튜브에서 구독자 수 2만9000명의 인기 채널 운영자인 손 의원에게 안티 팬이 많은 것은 그런 태도 탓이 크다. 그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선동열 당시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아시아경기) 우승이 어려운 일이라 생각 않는다”며 몰아붙이다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하지만 이후에도 인터넷에 “선 감독에게 사과할 기회를 주려 한 것”이라는 글을 올리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 최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를 “단시간에 가장 큰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택한 것” “나쁜 머리로 위인인 척 위장한다”라고 했다가 그가 극단적 선택을 기도한 뒤에도 “본인이 한 행동을 책임질 만한 강단이 없는 사람”이라며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손 의원은 2017년 초부터 목포 구도심에 10여 채의 건물을 남편이 운영하는 재단과 조카 명의로 사들인 사실이 공개돼 투기 논란에 휘말렸다. 그는 “목포를 사랑해서 한 일”이라며 억울해한다. 역사적 가치가 있는 적산(敵産) 가옥이 사라지는 것을 막으려고 사재를 털었고 지인들에게도 건물 매입을 권유했다는 것이다. 또 해당 지역이 문화재로 지정될 거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해명이 모두 사실이라 해도 손 의원의 처신은 문제가 크다. 문화유산이 사라지는 게 안타깝다면 의정 활동에서 해결책을 찾았어야 했다. 건물 매입 권유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로서 오해받을 수 있는 행동임을 몰랐단 말인가. 남에게는 가혹하고 자신에게는 관대한 손 의원은 ‘내로남불’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전성철 논설위원 daw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