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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72〉부드러움의 힘

입력 | 2019-01-16 03:00:00


어느 프랑스 해변에 갑자기 파도가 크게 일었다. 잔잔하던 바다가 순식간에 위험한 곳으로 돌변했다. 두 아이가 위험에 처해 있었다. 그는 그 모습을 보고 바다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거친 파도에 휩쓸렸다. 결국 아이들은 살고 그는 죽었다. 프랑스 철학자 안 뒤푸르망텔은 쉰셋의 나이로 그렇게 삶을 마감했다. 2017년 여름의 일이었다.

그가 살리려고 했던 아이들은 그와 관련이 없는 아이들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그들을 살리려고 했다. 그가 그토록 강조하던 ‘모험’과 ‘부드러움’에 부합되는 행동이었다. 그는 모험과 부드러움을 사유의 중심에 놓은 철학자였다. 그는 “살아있다는 것은 모험”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위기 상황에서 위험을 무릅쓰는 모험적 행위가 우리 인간이 태생적으로 갖고 있는 부드러움, 유년기에 속하는 부드러움에서 나온다고 믿었다.

그 부드러움은 나만을, 내 자식만을, 내 부모 형제만을 생각하는 부드러움이 아니라 나도 모르게 나를 초월하여 다른 사람을 향해 나아가는 부드러움이었다. 그렇다면 그가 살리려고 목숨을 걸었던 아이들은 그와 관련이 없는 게 아니라 관련이 있는 아이들이었다. 모든 아이들이 부드러움의 비밀을 간직한 존재가 아니던가. 부드러움의 철학자는 그들을 살리려고 바다에 뛰어들었다.

부드러움은 그에게 힘이었다. ‘부드러움의 힘’이라는 제목의 저서 영어번역본 표지에 있는 블라디미르 포카노프의 그림 ‘황소를 걸머진 소녀’가 상징적으로 보여주듯 부드러움은 삶의 위험과 무게를 견디게 해주는 힘이었다. 부드러움이 힘이 아니라면 여리여리한 소녀가 자기보다 몇 배 크고 무거운 황소를 어찌 어깨에 멜 수 있으랴. 그는 거대담론에 집착하는 철학자들이 외면하는 부드러움이라는 주제로 인간 실존의 삭막함과 폭력성에 맞서려 했다. 그는 그 부드러움이 고치 속에 있는 나비의 날개처럼 우리 안에 있다고 했다. 그해 여름, 그는 아이들을 향해 그 날개를 펼쳤다.
 
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