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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곳곳 덩샤오핑 초상화 뒤에 드리운 ‘빈곤층의 그림자’

입력 | 2018-12-18 03:00:00

개혁개방노선 40년의 명암
급속한 경제성장 빈부격차 악화… 진폐증 걸린 농민공 600만명
민간영역 국가통제 강화한 시진핑, 18일 새로운 개혁개방조치 발표
美겨냥 무역개방 확대 밝힐듯




“당의 기본 노선을 100년간 동요하지 말고 견지하자.”

11일 중국 개혁개방의 상징인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시. 높이 11m, 폭 32m의 큼직한 덩샤오핑(鄧小平) 초상화와 함께 쓰인 붉은 글씨가 눈길을 끌었다. ‘기본 노선’은 개혁개방을 가리킨다. 덩샤오핑의 공산당 지도부는 1978년 12월 18일 11기 3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3중전회)에서 개혁개방 정책을 결정했다. 그에 앞서 덩샤오핑은 경직된 계급투쟁과 마오쩌둥(毛澤東) 개인숭배가 중국을 망쳤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사상해방’과 ‘실사구시’를 강조했다.

초상화 인근에서 만난 시민 류(劉)모 씨는 “베이징(北京) 등 다른 도시 어디서나 덩샤오핑 초상화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992년 개혁개방을 역설한 덩샤오핑의 남순강화(南巡講話)를 기념해 그해 선전에 설치된 이 대형 초상화는 이 외 지역에선 볼 수 없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집단지도체제를 약화시키고 민간 영역에 대한 국가의 통제를 강화하면서 덩샤오핑의 그림자를 지워 왔다.

○ “선전 기적의 수혜자” “진폐증에 걸린 농민공”

개혁개방 선언 2년 뒤인 1980년 홍콩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선전이 첫 번째 경제특구로 지정됐다. 선전에서 만난 교육용 로봇 제조업체 메이크블록의 루나(盧娜) 통합마케팅부 총감독은 20년 전 대학(선전대)에 입학하면서 선전에 처음 왔다.

“화웨이 텐센트 등이 몰려 있는 난산(南山)구는 20년 전만 해도 누런색 토지밖에 없었죠. 그때만 해도 누구나 오기 싫어했던 매우 외진 곳이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어요.”

20년 전 대학을 졸업하고 선전에 온 훠룽화(霍榮華) 선전피혁산업협회 비서장은 “선전은 외지에서 온 젊은이들에게 포용적이었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배경을 따지지 않고 공평하게 도전의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급속한 경제성장은 빈부격차를 악화시켰다. 배를 곯지 않기 위해 도시로 일하러 나온 빈곤층 노동자 농민공은 계속 늘어난다. 중국의 한 비정부기구(NGO)에 따르면 진폐증에 걸린 농민공의 수는 600만 명에 달한다. 선전시에도 진폐증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며 시 정부에 항의하는 농민공이 수백 명 있다.

○ 집권 최대 도전 시진핑 “개혁개방 전면 확대”

시 주석은 개혁개방 40주년 기념일인 18일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혁개방의 새로운 조치가 담긴 연설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미국과의 무역전쟁 이후 경제 성장이 가파르게 둔화되면서 6년 집권 기간 중 가장 어려운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시 주석은 16일 열린 한 국제행사 개막식 축전에서 “전면적으로 개혁을 심화하고 개방을 확대하겠다. 새로운 발전 이념을 관철하고 공급의 구조개혁을 심도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자국 기업에 대한 특혜를 줄이고 미국 등 외국 기업에 대한 시장개방성을 확대하는 새로운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구조개혁을 요구하는 미국과의 협상에 대비하되 ‘미국에 양보하는 게 아니라 중국의 필요에 의해 개혁과 개방을 진행했다’는 모양새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앞으로는 정치·사회 개혁 필요”

중국 사회과학원은 15일 발표한 ‘발전과 개혁 청서’에서 “과거(40년)처럼 국내총생산(GDP)만 맹렬히 좇지 말고 전 민중이 개혁과 발전의 성과를 공유하도록 하면서 세계 개방형 경제 강국, 포용력 있는 발전 대국을 건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국 내에서는 과거 40년이 경제개혁이었다면 앞으로는 사회와 정치체제 개혁이 주력 방향이 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팡닝(房寧) 사회과학원 정치학연구소장은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중국은 사회와 정치 체제 안정을 유지해야 하고 이를 위해 개혁개방 과정에서 새로 생겨난 신흥기업가, 농민공, 도시의 화이트칼라 중산계층 등 3대 계층에 정치 참여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선전·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