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한국폴리텍대 자동차과 교수
국내 자동차 산업은 어떤가. 조선을 통과한 불황의 여파가 밀어닥치고 있다. 이면에는 노동자와 회사 모두 인내하지 않으려는 심리가 깔려 있다. 최근 광주형 일자리가 무산된 것을 보며 각자도생의 길에 대한 주장만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이 주장하는 모든 의견은 사실 합리적이고 맞다. 그러나 주장만 앞세우면 해결될 수 없다. 고통을 감내하며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미래를 말할 수 있다. 노동자는 기업을, 기업은 노동자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현 상황에서 노동자에게 임금을 삭감하고 익숙하지 않은 생산 라인에서 근무하라는 설득이 먹혀들지 않을 것이다. 기업은 수익이 떨어진다고 해서 당장 근로자부터 해고하려는 유혹을 이겨내고 신차에 투자하는 비용을 늘려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안을 선택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런 흐름으로 가면 몇 년 내에 녹슨 자동차 공장을 손으로 만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난 분기 자동차 영업이익률은 1%에 불과했다. 100원어치를 팔면 1원 남는 장사를 한 것이다. 앞으로도 순탄하지 못하다.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배에 물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금의 형국은 구멍을 애써 외면하며 각자 살고자 다른 방향으로 노를 젓고 있는 것과 같다. 구멍부터 막아야 하는 게 아닌가.
우리는 다시 도전의 장에 서 있다. 자동차 강국 독일이 허리띠를 졸라매던 노력을 우리가 다시 실천해야 할 때다. 물론 어렵다. 과거보다 더 어려울 것이다. 우리가 누렸던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할 수도 있다. 미래 세대와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모두가 고통을 받아들여야 한다. 결국 사과나무가 자라서 열매를 맺는 고통의 시간을 모질게 견뎌야 한다. 그래야 가을 햇살에 영그는 사과를 기대할 수 있지 않겠는가.
김용현 한국폴리텍대 자동차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