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영 채널A 심의실장
‘오늘밤 김제동’은 억울할 것이다. 9월 10일 첫 방송부터 지금까지 ‘오늘밤 청와대’라 착각할 만큼 대통령 홍보에 열을 올려왔기 때문이다. 첫 회부터 9회까지는 ‘D-7 3차 남북정상회담 평양행’ ‘D-5…평양행’ ‘3차 남북정상회담 DAY1’ ‘짐 로저스가 말하는 남북경협’ 등 하루도 거르지 않고 회담 분위기를 띄웠다.
그 절정은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연설했던 9월 27일 9회 방송이다. 이날 아이템 3개가 모두 대통령 관련 뉴스였다. 먼저 이 프로 담당인 이윤정 PD가 나와 “3차 남북 정상회담에 동행한 대한민국 유일의 PD”라며 대통령의 능라도 경기장 연설 등 평양 취재기를 들려줬다.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비서관을 지낸 강원국 씨를 초대해 “아이들 작문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문 대통령의 연설문을 해설했다. 마지막으로는 “문 대통령 연설에 대한 현지 반응을 안 들어볼 수 없다”며 뉴욕 PD특파원을 연결해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이라고 전했다.
편파 논란, 품질 시비에도 ‘오늘밤 김제동’은 24년간 방송된 ‘뉴스라인’을 밀어내고 3일부터 밤 11시로 시작시간을 30분 앞당기고 방송시간도 40분으로 10분 늘렸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시사쇼 형식을 빌려 편파 방송하는 ‘생방송 시사투나잇’이 있었다. 그래도 그땐 상업적인 채널인 KBS2 TV였고 시간대도 자정 이후였다.
왜 KBS는 형평성 균형성 공정성이라는 기본적인 방송 원칙도 무시하는 시사쇼를 전진 배치하기 위해, 공정한 척이라도 해야 하는 정통 뉴스 프로를 폐지하는 무리수를 뒀을까. 김정숙 여사는 2012년 출간한 ‘정숙씨 세상과 바람나다’에 “2009년 노무현 대통령 추모식 때 몇몇 방송인에게 사회를 부탁했는데 전부 거절했다. 그때 망설임 없이 나서준 제동 씨”라며 “이 일로 제동 씨가 방송 일을 하는 데 차질을 빚어 저나 남편이나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썼다.
대통령 부부의 이런 마음을 KBS가 헤아려 ‘오늘밤 김제동’을 편성했는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정권에 쓴소리 한마디 못 하는 방송은 대통령에게 독이고, 가짜뉴스로 어지러운 시대에 정통 뉴스를 줄인 국가 기간방송에는 부끄러움이며, 강제로 수신료 내고 편파방송을 보아야 하는 시청자들에겐 예의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진영 채널A 심의실장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