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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혐의로 종신형 선고받고 수감했던 영국인의 악몽

입력 | 2018-12-06 23:27:00

“스스로 목숨 끊는 꿈을 매일 꿀 정도였다.”
UAE에서 스파이 혐의로 종신형 선고받고 수감했던 영국인의 악몽
‘6개월 조사’ 받고 ‘5분 재판’으로 종신형 받았던 31세 헤지스 씨
이달초 사면 받고 풀려난 뒤 언론 인터뷰에서
‘하루 15시간 신문’ 받고 약물 강제로 먹인 사실 등 털어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스파이 활동을 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수감생활을 하다 풀려난 영국인의 악몽 같았던 수감 생활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드러났다.
영국 더럼대에서 중동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매슈 헤지스(31)는 5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과의 인터뷰에서 “약 6개월 동안 이어진 수감 기간 동안 천장에 목을 매달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꿈을 매일 꾸었을 정도로 자살 충동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독방에 갇혀 있었던 대부분의 시간 동안 발목에 수갑이 채워진 채 서 있어야만 했다. 수감 중에도 하루에 15시간 가까이 신문을 받았다.
헤지스는 또 “UAE 교도관들이 신경안정제 등을 포함해 여러 가지 약물을 강제로 먹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경안정제를 먹인 뒤 내가 너무 조용하게 있으면 때때로 흥분제를 먹이기도 했다”며 “지금도 극심한 금단 증상에 시달릴 정도로 중독성이 강한 약물을 칵테일에 타 강제로 먹였다”고 밝혔다.
헤지스는 5월 UAE 두바이 공항에서 출국하려다 스파이 혐의로 체포돼 6개월 가까이 조사를 받았다. UAE 검찰은 그가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휩쓸었던 민주화 혁명인 아랍의 봄(2011년) 이후의 UAE 안보정책에 관한 연구자료를 모은다면서 UAE 관련 정보를 수집해 영국의 해외정보국(MI6)에 넘겼다고 주장했다.

헤지스는 지난달 21일 UAE 연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종신형을 선고받고 수감돼 있다 이달 2일 UAE 건국기념일을 맞아 할리파 빈 자이드 나하얀 UAE 대통령의 사면을 받는 형식으로 풀려났다. 헤지스는 “거대한 폭발과도 같은 큰 충격을 받았다”며 종신형이 선고되던 순간을 떠올렸다. 당시 법정에서 재판을 지켜본 그의 아내가 “재판이 5분도 안 돼 끝났다”고 말한 것이 알려지면서 영국 내에서는 ‘5분 재판으로 종신형을 선고했다’는 비난이 거세게 일었다.
헤지스는 “종신형을 선고받은 뒤에도 취조실로 끌려가 장시간의 신문을 받아야 했다”며 “UAE 조사관들은 내게 영국 외교부의 정보를 훔치는 이중간첩이 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6개월가량을 독방에 감금돼 지낸 헤지스는 가족 면회는 물론이고 변호사의 도움도 제대로 받지 못한 상태에서 조사를 받아야 했고 자백을 강요당했다고 주장했다. UAE 정부는 지난달 26일 헤지스에 대한 사면을 발표할 당시 헤지스가 MI6 요원이라고 자백하는 동영상을 언론에 공개했었다.


카이로=서동일특파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