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옛 부국원’ 전시관으로 새단장 1916년 일본인이 세운 종묘회사… 당시 수원지역의 대표기업 명성 광복후 관공서-병원 등으로 활용… 市서 2015년 매입해 복원작업 3층건물에 다양한 유물-사진 전시, “수원 근현대사 추억 장소로 보전”
4일 시민들이 근대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한 ‘수원 구 부국원’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경기 수원시는 일제강점기 종묘회사였던 ‘수원 구 부국원’을 근대역사전시관으로 리모델링해 지난달 29일 시민에게 공개했다.
수원시가 ‘수원 구 부국원’ 건물을 근대역사문화전시관으로 꾸미는 작업을 마무리 짓고 지난달 29일 시민에게 처음으로 공개했다. 권휘민 수원시 전문위원은 “경기남부 지역에 일제강점기 건물은 부국원이 거의 유일하다”며 “수원의 현대사를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이자 근대 역사문화 거리의 거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국원은 농업의 기초가 되는 농작물 종자와 종묘, 농기구, 비료 등 다양한 물품을 판매하던 기업으로 1916년 일본인이 설립한 회사다. 1923년 부국원 건물이 지금의 위치에 신축됐다. 일제강점기 수원지역의 대표적인 회사로 식민지시대 일제의 농업 침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건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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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팔달구 ‘수원 구 부국원’ 전경. 수원시 제공
1층 입구에 들어서자 100여 년의 세월을 무색하게 할 만큼 내부가 깔끔했다. 화려하지 않은 조명 속에서 부국원을 소개하는 스크린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옆에는 터치스크린을 통해 부국원의 복원 전후 모습과 건물의 변화상을 사진으로 전시했다. 바닥은 ‘수원 향교로 근·현대 건축물 지도’와 함께 부국원을 처음 건축했을 당시 건축자재를 볼 수 있게 했다. 부국원의 옛 벽체와 건축물 자료를 통해 100여 년 역사를 함축적으로 소개했다.
부국원이 있는 향교로 인근 옛 수원문화원과 옛 수원시청사, 경기도청사 구관과 같은 등록문화재와 근·현대 건축물들을 소개하는 자료도 전시됐다. 향교로는 1905년 수원역 개통 후 수원역과 수원 팔달문을 연결하는 신작로(新作路)였다. 당시 이 길을 통해 새로운 문물과 교육 종교 등이 수원에 전파됐다.
2층에는 부국원의 역사를 알려주는 부국원 기사와 월보 등의 다양한 유물, 사진 자료들이 전시돼 있었다. 이 자료들은 당초 수원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것을 부국원으로 옮겨 놓은 것이다. 옆에는 수원과 관련한 근대 서적을 읽을 수 있는 작은 서가도 있었다. 3층에는 근대 역사 및 문화와 관련된 교육을 하는 공간을 마련했다.
‘수원 구 부국원’ 건물은 2015년 ‘시민이 뽑은 지켜야 할 문화유산 12선’에 선정됐다. 2017년 10월에는 문화재청 등록문화재(제698호)로 지정돼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관람은 화요일부터 일요일(오전 10시∼오후 7시)까지 무료로 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과 법정 공휴일은 휴관한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수원의 근현대사를 함께하면서 세월의 흔적을 나이테처럼 간직한 부국원이 잘 보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수원=이경진 기자 lk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