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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동안의 남북 의료협력을 기록한 책이 나왔다. 2007년 여름 남과 북은 어린이와 임산부의 영양증진과 건강이 민족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사업이라는 데 인식을 함께하며 ‘어린이 및 임산부 지원사업 합의서’에 서명했다. 보건복지부에서 북한 업무를 맡았던 김진숙 서기관도 평양을 방문하고 앞으로 지원할 남포산원, 남포소아병원, 대안군병원을 찾아갔다. 병원으로 기능할 기본 설비도 없었고 건물이 낡아 리모델링이 필요했다. 남포시와 대안군의 6개월~6살 어린이와 임산부 등 4만7100명을 대상으로 영양식 보급계획도 수립했다. 그러나 2009년 북한의 핵실험, 2010년 천안함 사건으로 남쪽의 지원은 완전 중단됐다.
‘평화의 아이들’의 저자 김 서기관은 보건복지부 남북 보건의료협력 담당자였다. 그는 북한을 이십여 차례 방문하면서 우리가 잘 몰랐던 북한의 의료 현실을 세세하고 정확하게 기록했다.
김 서기관은 구로동에서 노동자의 건강의료를 지원했던 약사였다. 2001년 미국을 방문한 그는 그곳에서 우연히 북한 아이들을 사진으로 접했다. 한국으로서 돌아온 그는 민간단체인 북한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를 찾아가 아이들과 함께하기 위한 자원봉사자가 되겠다고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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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서기관은 2007년 10월 2차 정상회담을 지켜봤고 그해 12월 개성에서 열린 ‘제1차 남북 보건의료·환경보호협력분과위원회’에 참여해 의제 준비부터 합의서 체결, 합의서에 따른 후속 작업까지 그의 말대로 ‘신나게’ 일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08년. 상황이 급변하면서 남북 간의 모든 합의 사항은 금기어가 됐다. 김 서기관은 북한 소식을 알기위해 북한대학원에 진학해 ‘북한 약학부문사업과 보건의료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언젠가 다시 시작하게 될 북한 보건의료 사업을 위한 준비였다. 2015년부터 다시 북한 업무로 돌아온 김 서기관은 백신 지원 사업을 추진했고 여러 가지 사업을 구상했다. 그러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모든 사업이 또 정지되고 만다.
‘평화의 아이들’은 저자 김 서기관이 북한을 보고 만지고 느낀 스스로의 성장기이기도 하면서 아직 전달되지 못한 어린이 290만 명의 백신, 그 ‘지키지 못한 약속’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