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사 직원 직접고용 이끌어내
LG전자 배상호 노조위원장은 “전국 서비스센터를 돌며 협력사 직원들로부터 직접 고용 시 원하는 임금과 인사 체계, 복리후생 등을 듣고 있다. 사측과의 논의 과정에서 이를 최대한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 제공
삼성과 LG 등 대기업들의 협력사 직원 직접고용이 잇따르고 있다. 이달 초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직원 8700명을 직접고용하기로 한 데 이어 22일에는 LG전자가 전국 130여 개 서비스센터에서 근무하는 협력사 직원 3900여 명을 직접고용하기로 했다.
LG전자의 이번 결정이 나오기까지 막후에서 역할을 한 배상호 LG전자 노조위원장은 23일 동아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사측의 결정은 지난 29년간 노사분규 없이 신뢰관계를 유지해온 LG의 노사문화가 바탕이 됐다”고 설명했다.
배 위원장은 2011년 취임 직후 전국의 서비스센터를 돌면서 ‘LG전자 제품의 완성은 서비스’임을 느꼈다. 이후 사측에 협력사 직원 직접고용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설명했고, 올해 3월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공식적으로 직접고용을 요구했다.
배 위원장은 “직접고용을 처음 요청했을 때 사측에서는 자회사를 설립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복리후생 비용을 더 부담하더라도 본사 직접고용이 맞다고 설득했다”며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고민 끝에 통 큰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직접고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기업의 협력사 직원 직접고용이 자칫 노사 간 합의점을 찾지 못해 또 다른 갈등으로 번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직접고용 발표 다음 날인 24일 협력사 직원 일부가 민노총 금속노조 산하에 ‘LG전자 서비스 지회’를 창립하면서 한국노총 산하인 현 노조와 민노총 산하 노조 간 ‘노노(勞勞) 갈등’이 불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배 위원장은 “서비스 지회에서 민노총에 가입한 사람들이 있지만 실제 가입자 수는 수십 명 수준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전국 서비스센터를 돌며 직원들을 만나 LG전자 정규직 전환 시 원하는 임금체계, 복리후생 등의 조건을 최대한 듣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의 역할이 정치적 구호나 사측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노조원의 복리 증진이 최우선이라는 실리적 접근으로 다가서겠다는것이다. 그는 “협력업체 직원 4000명 중 3800명 이상이 LG전자 노조에 가입하는 걸 목표로 삼겠다”고 했다.
서비스센터 직원들이 LG전자의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주52시간 근무 적용 대상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제공받는 서비스의 품질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배 위원장은 “탄력근로제를 최대한 이용해 고객들의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고, 탄력근로제로도 서비스의 공백이 생기는 부분은 전문점 등을 통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