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병진 소목장-홍춘수 한지장-김준 오디오 명장 협업 ‘평판 스피커’ 탄생
23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소병진 소목장(왼쪽)과 김준 오디오 명장은 한목소리로 “장인이 제일 경계해야 하는 것은 독선”이라며 “전통과 현대의 협업을 통해 전통 문화유산 속에 최고의 아름다움과 기술이 공존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2. 스무 살, 입시지옥을 견디고 전자공학과에 입학한 청년은 우연히 길을 가다 흘러나온 사라사테의 ‘치고이너바이젠’을 듣고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잊고 있던 음악에 대한 열정이 되살아난 것이다. 졸업 후 대우전자 중앙연구소에서 오디오 담당 엔지니어로 최고의 소리를 만들기 위해 연구에 매진했다. 10년 전부터 독립한 이후 우리나라 전통 한지(韓紙)로 ‘콘(진동판)’을 만들어 내는 오디오 명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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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9일부터 15일까지 전북 전주시 국립무형유산원에서 열린 ‘헤리티지 사이언스를 만나다’ 전시회에서는 전통문화의 디자인과 현대적 기술이 합쳐진 독특한 작품 수십 점이 공개됐다. 그중에서도 소병진 소목장과 홍춘수 한지장(80·국가무형문화재 제117호), 김준 명장이 협업해 만든 ‘평판스피커’는 놀라움을 자아냈다.
정윤석 옹기장(국가무형문화재 제96호)과 김준 오디오 명장 등이 함께 제작한 옹기 스피커. 온고 제공
선뜻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그러나 이들은 “답습하는 전통만으로는 미래가 없다”는 기치 아래 힘을 모았다. 전통 문화유산의 현대화·세계화를 모색하는 소병진 소목장과 김준 명장을 23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우리나라에서 소목장은 3명에 불과해요. 평생을 바친 덕분에 제가 만든 전통 장롱 등을 찾는 분들이 여전히 많죠. 하지만 늘 세계에 우리의 전통을 알리고 싶은 갈망이 있었어요. 아무 조건 따지지 않고, 협업에 나선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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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병진 소목장, 홍춘수 한지장, 김준 명장 등이 협업해 만든 평판 스피커. 온고 제공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이탈리아 밀라노 트리엔날레 관계자들이 참석해 내년도 이탈리아 현지 전시를 의뢰하는 등 해외 전문가들의 호응이 컸다. 소 소목장은 “전통의 기법과 정신은 앞으로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며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지금 바로 옆에서 느낄 수 있는 전통이어야 살아있는 문화유산이 된다는 것이다”고 밝혔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