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난 안전의식]20일 오송역 KTX 단전사고 무슨 일이… 코레일 줄잇는 사고
20일 발생한 오송역 단전 사고로 멈춰선 KTX 414 열차에서 내린 승객이 코레일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철로를 건너 이동하고 있다. 이를 본 일부 승객들은 “우리도 내리게 해달라”며 열차 창문을 깨고 하차를 시도하기도 했다. 청주=뉴시스
○ 사고 대응용 무전도 안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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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대응 매뉴얼도 허술했다. 코레일의 ‘철도안전관리체계 프로그램’에는 차량 및 시설 장애로 열차가 멈춰 섰을 경우 열차팀장이 승객 대피 장소(열차 내부 혹은 외부)를 정하도록 돼 있을 뿐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다.
이 때문에 승객들은 3시간 넘게 차량에서 마냥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호흡이 가쁘다”거나 “비행기를 타야 한다”고 주장하는 일부 승객이 객차에서 나가자 다른 승객들이 항의하며 열차 창문을 부수고 하차를 시도하기도 했다. 먼저 빠져나간 승객들도 별다른 안전조치 없이 철로로 걸어 이동했다.
○ 안전요원 10명 중 1명은 대체인력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 열차팀장 인력이 부족해지자 코레일은 일반 사무직 직원들을 대체인력으로 투입하고 있다. 코레일에 따르면 KTX와 일반 열차 안전을 담당하는 열차 승무 분야 직원 996명 중 약 11%(110명)가 대체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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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측은 “대체인력 역시 모두 안전교육을 받고 자격 요건 시험을 통과해 투입된다”고 했다. 하지만 대체인력들이 기존 사무 업무를 주로 하다 열차팀장 부족 시 투입되고 있는 점을 들어 코레일이 주 52시간 제도와 승객 안전을 맞바꾼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2013년 동대구역 KTX 충돌사고도 대체인력이 열차팀장으로 근무하다 발생한 사고라는 걸 잊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동대구역 사고 이후 대체인력 투입이 거의 없었으나 최근 늘고 있다.
코레일의 부실한 해명도 도마에 올랐다. 코레일은 오송역 사고 발생 약 2시간 후 “오송역 인근에서 발생한 전차선 단전이 18시 50분경(오후 6시 50분) 현재 복구 완료돼 KTX 열차 운행이 상·하행선 모두 재개됐다”고 했다. 하지만 KTX 414 승객이 열차에서 내린 시간은 오후 8시가 넘어서였다. 당시 승객들은 휴대전화로 운행 재개 뉴스를 보고 더 동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틀 뒤 발생한 수도권 분당선 열차 고장 때도 사고 발생 후 한 시간 만에 “운행이 재개됐다”고 했지만 실제 열차 운행은 이보다 더 늦어져 이용객의 원성을 샀다. 코레일은 앞서 7월 금천구청역 철로 단선 사고 때도 폭염 때문이라고 했지만 용접 불량으로 확인됐다. 8월 포항행 KTX 차량 화재 사고 당시에는 객차 천장에서 불꽃이 튀는 등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코레일은 연기만 나서 객차를 비운 뒤 운행했다고 해명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