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편 어떻게]김연명 수석 지난 9월 개혁안 따져보니
특히 기초연금 인상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은퇴 전 평균소득 대비 연금액의 비율)을 손대지 않고도 노후소득 보장을 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다. 기초연금 인상을 통해 사실상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50%로 올린 것과 같은 효과를 내게 하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이 방안을 관철하려면 기초연금을 현행 월 25만 원에서 43만4000원으로 인상해야 한다. 기초연금은 국민들 호주머니에서 걷는 세금으로 충당하기 때문에 이처럼 현금성 복지를 무분별하게 확대하면 미래 세대가 질 부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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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하면 가입자들은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렸을 때보다 평균적으로 월 13만4000원을 덜 받게 되는 셈이다. 국민연금 수령액을 올리지 않고 ‘소득대체율 50%’ 효과를 보겠다는 정부의 개편안은 이 차액을 기초연금으로 충당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소득 하위 70%인 65세 이상 노인에게 매달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은 2008년 10만 원으로 처음 도입됐다. 당시 60%였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로 낮추며 노후 생계를 돕는 대안으로 등장했다. 2014년 기초연금으로 개편하며 액수를 20만 원으로 높였다. 올해 9월부턴 25만 원으로 올렸고, 정부 여당은 2021년 4월부터 30만 원으로 추가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13만4000원을 증액해 43만4000원으로 올리면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린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렇게 하면 국민연금(52만 원)과 기초연금(43만4000원)을 합해 95만4000원이 되는데, 이를 통해 1인 가구 최소 노후생활비(104만1000원)에 가까운 노후소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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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책정한 내년 기초연금 예산은 11조5000억 원이다. 고령화로 수급자가 늘었는데 액수까지 올리면서 2008년 기초노령연금 예산 2조2000억 원의 약 5배로 늘었다. 하지만 여기까진 예산 증가의 ‘서막’에 불과하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추계에 따르면 정부의 검토안대로 기초연금을 43만4000원으로 올릴 경우 연간 소요 재정이 2040년 148조4280억 원, 2060년 201조1590억 원으로 급증한다. 42년 뒤에는 내년 정부 총예산 470조5000억 원의 절반에 가까운 돈을 기초연금 유지에만 투입해야 하는 셈이다.
저출산으로 윗세대를 부양할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어드는 점을 감안하면 미래 세대가 체감할 부담은 더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내년 15∼64세 인구는 3750만5502명, 65세 이상 노인은 769만3721명으로 추계된다. 생산가능인구 1명당 5만 원씩 노인 1명에게 주는 꼴이다.
하지만 2060년엔 15∼64세 2168만8378명, 노인 1853만6378명으로 그 비율이 1 대 1에 가까워진다. 현재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어린이가 50세가 될 즈음엔 혼자서 노인 1명의 기초연금을 대기 위해 매달 40만 원 가까이 세금을 내야 하는 구조가 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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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금을 40만 원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에 국회가 합의할지도 미지수다. 기초연금을 소득 하위 20% 노인에게만 내년 4월 월 30만 원으로 2년 일찍 인상하자는 정부의 요청도 예산 협의 과정에서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보류된 상태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