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만 관객을 넘긴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개봉 전에는 단편적인 서사에 혹평이 쏟아졌지만 퀸이 가장 화려했던 시절을 기억하는 팬들의 향수를 자극해 전세계에서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엇갈리는 평가에도 ‘보헤미안…’은 파죽지세. 개봉 9일 만에 국내 관객 수 100만 명을 넘겼다. ‘퀸 세대’라는 임희윤 기자(40대), ‘나도 퀸을 안다’는 김민 기자(30대)가 본 ‘보헤미안…’은 어떻게 달랐을까?
●“은근슬쩍 넘어가는 이야기” vs “꽤 살아있는 디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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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결국 나도 어쩔 수 없는 아재인 건가.
▽김=스토리가 엉망이야. 내가 생각한 프레디 머큐리를 망쳐 놨어. 머큐리가 제작자에게 오페라 아리아를 들려주며 “우리도 오페라를 하겠다”며 앨범 ‘A Night at the Opera’를 제안하는 장면을 봐. 전혀 안 와 닿아. 이렇게 가볍게 앨범을 만들었을 리가 없어.
▽임=감정 과잉은 맞지만 필요한 장면이야. 프레디가 오페라를 각별히 사랑했다는 건 사실이거든. 나중에 소프라노 몽세라 카바예와 듀엣(1987년 ‘Barcelona’)을 한 것을 스스로 자랑스러워했을 정도로.
▽김=최악은 노래 ‘Bohemian Rhapsody’를 여자친구와 누운 채로 피아노를 치다 작곡하는 장면이야. 가사의 철학적 의미나 과감한 실험성은 살리지 않고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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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머큐리의 특별함을 하나도 살리지 못했어. 보수적 영국 사회에서 아랍계이자 성소수자라는 정체성을 갖고도 성공한 인물인데. 후반부에서는 심지어 머큐리의 동성애가 밴드의 몰락을 이끈 것처럼 그렸잖아. 오해를 사기에 충분해.
▽임=1980년대에는 에이즈에 대한 무지와 공포가 엄청났어. 그런 분위기를 오히려 잘 반영했다고 생각해. 퀸은 천체물리학도 브라이언 메이(기타)와 ‘쇼 맨’ 머큐리의 영혼이 결합된 그룹이야. 사이버펑크 세대의 예술적 농담이지. 영화의 허술한 만듦새가 퀸의 과장된 맥시멀리즘과 이상하게 맞아떨어지기까지 한다니까.
●“공연 영상이 나아” vs “상업영화의 영리한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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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그런 이유라면 차라리 공연 영상을 보는 게 낫지 않아? 2018년에 퀸을 재현한 영화라면 좀 달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아.
▽임=시중에 나와 있는 콘서트 영상물에서 카메라는 3인칭이야. 영화 속 ‘라이브 에이드’ 공연 장면에서 2인칭처럼 바싹 달라붙는 카메라 앵글을 봐. 음반 녹음 장면에서는 굳이 릴 테이프가 돌아가는 모습을 계속 삽입함으로써 중장년층의 아날로그 향수를 영민하게 자극했어.
▽김=난 그런 향수가 없어서…. 마지막 20분이 그나마 좋았어. 하지만 ‘유튜브로 다 볼 수 있는데…’ 싶었어. 영화 내용과 달리 실제로는 ‘라이브 에이드’ 공연 2년 뒤 에이즈 진단을 받았다고 하니 속은 기분마저 든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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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친구들의 수다 모임에서 자리 비우고 화장실 갈 때마다 불안하긴 해. 이 영화의 숨은 교훈일까. 아무쪼록 오래 살고 보자.
▼ 눈과 귀 홀리는 흥행 음악 영화 공통점은? ▼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처럼 최근 10년 간 흥행한 음악 영화는 귀에 꽂히는 음악이나 몰입감 있는 서사로 승부를 건다. 2007년 개봉한 ‘원스’는 독립영화임에도 27만 명이 봤고 영화에 삽입된 음악(OST)이 국내 음원 차트에 오르며 파급력을 자랑했다. 2014년 개봉한 ‘비긴 어게인’은 해외에서는 별 반응이 없었지만 국내에서는 343만 명이 관람하며 인기를 끈 이례적인 작품이다. 영화에 출연한 마룬5의 멤버 애덤 러빈이 부른 ‘Lost Stars’도 큰 사랑을 받았다. 한 번 들으면 금세 각인되는 음악과 삶의 바닥을 딛고 일어서는 이야기가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분석이다.
영화 ‘맘마미아!’
지난해 음악감독이 내한 콘서트를 열고, 재개봉까지 한 음악 영화 ‘라라랜드’. 판씨네마 제공
한편 ‘보헤미안…’은 개봉 첫 주말 북미에서만 5000만 달러(약 560억 원) 수입을 거뒀다. 전 세계 수익을 모두 합치면 1억4100만 달러(약 1581억 원)에 달해 제작비(5200만 달러)를 일찌감치 뛰어넘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