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롯데가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던 한반도 전역에 8일 반가운 비가 내렸다. 가을을 더 깊어지도록 만드는 비가 전국을 흠뻑 적셨다.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를 한창 치르고 있는 KBO리그로선 달갑지만은 않은 비였다. 하루가 다르게 기온이 떨어지는 마당에 겨울을 재촉하는 비였기 때문이다. 물론 1승2패로 수세에 놓인 두산 베어스만큼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을 법도 하다. 우천순연이 KS 우승의 물줄기를 일거에 바꿔놓은 과거의 사례를 잘 알고 있어서다.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시리즈~’다.
대표적으로 1984년 KS 7차전과 2001년 KS 2차전을 들 수 있다. 먼저 롯데 자이언츠가 삼성 라이온즈를 4승3패로 따돌린 1984년 KS. 롯데 최동원이 4승(완봉 포함 완투 3회)1패, 삼성 김일융이 3승(완투 1회)1패를 기록한 전설의 시리즈다. 두 투수의 ‘철완 대결’이 그해 10월 9일 잠실구장 7차전에서 펼쳐졌다. 결과는 최동원의 9이닝 10안타 4실점 완투승. 선발등판한 김일융은 패전을 떠안았다.
이 경기는 당초 10월 8일 예정됐지만, 비로 인해 다음 날로 연기됐다. 홀로 롯데 마운드를 지탱하던 최동원은 10월 6일 5차전에 선발(패), 10월 7일 6차전에 구원(승)으로 출격한 터였다. 김일융도 5차전에서 3승째를 챙긴 상태였다. 만일 예정대로 10월 8일 7차전이 열렸더라면 최동원과 김일융의 선발 맞대결이 불발됐거나 승패가 달라졌을 수 있다. 그러나 비가 모든 운명을 뒤바꿨다. 하루를 쉰 덕분인지 최동원은 10월 9일 7차전에서 다시 힘을 낼 수 있었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