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복석 청신한약방 원장
우리는 동의보감과 방약합편, 향약집성방 등 10여 종의 기존 한약서에 약 3만 종의 처방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약제제로 개발돼 제품화된 것은 232종이고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기준 처방은 56종에 불과하다. 한약제제의 낮은 채산성과 재산권 보호제도 미비 등으로 제약사들은 한약제제를 개발하거나 신제품으로 출시하지 않고 있다.
질병구조 변화와 만성·난치성 질환 증가 등을 반영해 기존 한약서 처방 중 약효가 우수하고 수요도가 높은 처방을 발굴해 한약제제 제품으로 개발해야 할 때다. 특히 한방 고유의 처방인 ‘자금정’은 동의보감과 방약합편 등 여러 한의서의 처방으로 독소를 치료하는 대표적인 한방 해독약이다. 한의약 제품으로 개발하기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자금정은 성인병과 급·만성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조선 궁중에서는 ‘납약(臘藥)’이란 이름의 궁중 구급비상약으로 사용됐다. 탁월한 효능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약재료를 구하기 힘들고 조제 방법이 어려워 맥이 끊어지다시피 했고 효능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아 대중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해 한국한의학연구원 마진열 박사팀은 자금정이 아토피와 알코올 중독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특히 아토피 치료에 탁월하다는 점을 밝혀냈고 국제 유력 학술지에도 관련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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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 한방 처방인 자금정에 대한 연구 결과를 계기로 전통 처방을 활용한 한약제제 개발이 새로운 시기를 맞고 있다.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존 한약서 처방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우수한 한약제제를 개발하고 관련 산업을 키워야 할 때다.
사복석 청신한약방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