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ILO 핵심협약’ 4건 비준 반대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ILO 핵심협약 비준을 약속했고 현 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했다. 이에 따라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7월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를 만들어 이르면 이달 말 합의안을 도출하려고 하고 있다.
○ 국가별 상황 따라 ILO 핵심협약 비준
ILO 회원국 187개국 중 8개 핵심협약 모두를 받아들인 나라는 143개국이다. 하지만 이들 상당수는 명목적으로만 받아들인 제3세계 국가들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는 미국(2개 비준), 일본(6개 비준), 뉴질랜드(6개 비준), 호주(7개 비준), 멕시코(7개 비준), 한국(4개 비준) 등 6개국이 일부 비준했다. 재계 측은 “ILO 핵심협약은 권고안일 뿐 각국은 특수한 상황에 맞게 선별적으로 수용하고 있다”며 “우리도 국내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계는 특히 ILO 핵심협약 87호, 98호와 관련한 쟁점에 반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관행적으로 매년 파업이 이뤄질 정도로 남용되는 단체교섭권 등에 대한 조정 없이 노조의 단결권이 확대 강화되면 기업 부담만 가중된다는 것이다.
재계는 해고자 및 실업자의 노조 설립 및 가입에 반대하고, 특수고용직 노조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공식화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노조 할 권리’라는 이유로 해직자 등이 노조에 가입하려는 이유가 뭐겠는가. 노동운동을 하고 싶으면 노동단체에 들어가지 왜 기업 노조에 들어와야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경제단체들은 노조 전임자 급여 지급도 금지하는 게 타당하다는 입장을 냈다. 재계 관계자는 “노조권이 더 강화되면 현재의 대립적이고 갈등적인 노사관계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재계 “사용자의 방어권도 인정해야”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노조 측은 해외 노동권과 비교해 권리를 자꾸 주장하는데, 반대로 회사가 어려우면 파업하지 않으면서 자율적으로 무급 휴직도 하고, 파업을 할 경우에 대체 인력을 투입할 수 있도록 하는 해외 노조 사례는 왜 반대하나”라고 꼬집었다.
ILO 핵심협약이 비준되면 공무원 등 공공부문에 미칠 파장도 적지 않다. 현행 공무원노조법과 교원노조법은 공무원과 교사의 파업할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해직 공무원 및 교사의 노조 가입도 금지하고 있다. 해직 교사를 조합원으로 가입시킨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현재 ‘법외노조’ 상태이지만 관련 법 등이 개정되면 대법원 판결과 관계없이 합법화된다. 6급 이하 공무원만 노조 설립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고위 공무원도 공무원노조에 가입해 활동할 수 있다. 또 프랑스처럼 판사도 노조를 만들어 정치적 쟁점 등에 대해 파업을 할 수 있게 된다. 공무원연금제도 등 연금 개혁은 노조의 반발에 좌초될 가능성이 커진다.
배석준 eulius@donga.com·변종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