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기업인]이스타항공 최종구 사장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는 세계지도를 바라보며 “신규 도입하는 B737-MAX8로 동남아까지 훨훨 날고 싶다”며 “2025년까지 항공기 60대 도입, 63개 노선 취항, 매출 2조 원 규모로 성장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주요 행사 때마다 북한에 전세기를 띄우는 저비용항공사(LCC) 이스타항공의 최종구 대표이사 사장을 17일 서울 광화문 인근 식당에서 만났다. 배경이 궁금했다. 최 사장은 “남북관계 개선으로 민간 교류가 확대될 것에 대비해 북한에 전세기를 띄우는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의 성장을 이끌어 줄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이스타항공이 북한 전세기 사업에 관심을 가진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스타항공은 2015년 이희호 여사 방북 때와, 같은 해 10월 남북노동자축구대회 때 평양(순안공항)에 전세기를 띄웠다. 올해도 남북 합동 콘서트 ‘봄이 온다’ 공연단이 북한에 갈 때 이스타항공을 이용했다. 최 사장은 “기초단계지만 대북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 한국의 몇몇 업체들도 우리와 전세기 운항을 논의하고 있다”며 “북한의 삼지연공항을 이용한 백두산 관광 상품 개발 등에 대비해 전세기 운항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인터뷰 도중 중국 항공 시장 이야기가 나오자 다양한 에피소드를 쏟아 냈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7개의 중국행 국제항공운수권을 가지고 있어 LCC 중 가장 많다. 그는 “중국 여행객들이 한국에서 엄청난 쇼핑을 한다. 그걸 위탁수하물로 보낼 때 받는 초과화물 수수료도 상당하다”고 전했다. 또 “중국 여행객들은 공항에서 돌려받은 세금 환급도 기내 비행기에서 다 쓴다. 한중 관계가 다시 회복되면 큰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은 현재 중국 춘추항공과 코드셰어를 비롯한 항공기 공동 정비, 예약 발권 시스템 등에 관한 협력도 논의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연말쯤 국내 항공사 중 최초로 B-737 MAX(맥스)8 기종 2대를 도입할 예정이다. 맥스는 기존 B737-800보다 약 1100km는 더 멀리 갈 수 있고, 엔진 연료 효율성도 20% 정도 더 좋다. 최 사장은 “연비도 좋고, 기종 확대로 노선 운영을 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어 회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사장은 다른 항공사 CEO들과 달리 항공 업계 출신이 아니다. 보험, 투자자문사에 근무하다 2001년 이스타항공 설립자인 이상직 전 회장과 창업 준비 단계부터 함께했다. 2009년에는 이스타항공 경영지원실장으로 입사해 홍보와 대관업무까지 담당했다. 지난해 4월 이스타항공 대표로 선임됐을 때 ‘항공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최 사장의 다양한 경력이 오히려 약이 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최 사장은 “항공업계는 국토교통부나 여행사 등과 긴밀하게 협력해야 하는데 그곳에 항공업계 출신이 많다. 오히려 제 목소리를 못내는 경우가 많지만, 업계 출신이 아니다 보니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항공업계의 애로사항을 가감 없이 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항공업계에서 최 사장님 입을 통해 업계 의견이나 고충을 대신 전달하려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다’고 말하자, 최 사장은 “안 그래도 미운 털 박힐까봐 요즘엔 자중하려고 한다”며 너털웃음을 보였다.
최 사장의 경영철학은 ‘가족 같은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그는 “회사 직원들의 이름을 거의 다 안다. 직원들과 회식도 자주 하는데, 격의 없는 소통 속에서 아이디어가 샘솟는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출한 재능이 하나 있다고 했다. “나는 사람 얼굴과 길을 특히 잘 기억한다. 직원 이름도 한 번 들으면 다 외운다.” 경영철학을 실현시키기 위해 더없이 중요한 재능으로 보인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