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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문이 화근”…눈덩이 된 4천 억대 ‘쓰레기연료 갈등’

입력 | 2018-10-23 11:31:00


 광역자치단체의 ‘허술한 공문 한 장’이 6년 뒤 4000억원 대로 산출된 매몰비용과 손해배상금이 따르는 광주전남공동(나주)혁신도시 SRF(생활쓰레기 고형폐기물 연료)열병합발전소 가동 갈등의 주범으로 떠오르고 있다.

23일 나주혁신도시 입주민들에 따르면 SRF열병합발전소 가동 갈등은 주민들이 1일 최대 440t의 SRF연료 사용은 사실상 ‘쓰레기 소각’이라고 규정하고, 1급 발암물질인 ‘다이옥신’ 배출로 주거지 대기환경과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하면서 촉발됐다.

특히 한국지역난방공사가 SRF열병합발전소를 준공해 놓고도 주민 반대에 부딪혀 1년 넘게 정상 가동을 못하고 있는 요인에는 ‘광주권 SRF연료’ 반입이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다.

광주권 SRF연료 반입은 난방공사가 연료부족에 따른 발전소 건설과 이후 정상가동 차질을 우려해 전남도와 나주시에 광주권 SRF연료 반입 ‘동의 여부’를 묻고, 승인을 받아 추진했다.

난방공사는 지난 2013년 8월1일 전남도 환경정책담당관실에 먼저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집단에너지사업 SRF 활용 동의 확인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이 공문의 요지는 ‘지난 2009년 전남도, 전남 6개 시·군과 체결한 업무협력합의서에 따라 열병합발전과 집단에너지 공급을 추진하고 있지만, 전남지역 SRF연료 부족으로 발전소 건설을 보류하고 있고, 문제 해결을 위해 광주권 생활폐기물 연료화사업을 통해 연료 부족난을 해결하려 한다’며 전남도의 ‘동의 여부’ 확인을 요청하는 내용으로 작성됐다.

문제는 지자체별로 쓰레기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고, 주민들이 사실상 쓰레기로 인식하고 있는 1일 440t(5t 트럭 기준 88대 분량)에 달하는 광주권 SRF 반입 여부를 묻는 중차대한 의사 결정을 공문이 수신된 당일 ‘사실상 동의 한다’는 내용으로 즉각 회신한데 있다.

전남도는 ‘동의하느냐, 하지 않느냐’를 묻는 난방공사의 단답형 질의 요지에 회신 공문 내용 어느 곳에서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 표시를 하지 않았다.

당시 전남도는 난방공사에 ‘우리 도는 귀 공사에서 추진 중인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생활폐기물 고형연료를 활용한 집단에너지사업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행정적으로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상기의 업무협력합의서 내용을 이행 및 준수해 조속한 시일 내에 동 사업이 정상적으로 설치·운영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 달라’고 공문을 회신했다.

이후 해당 공문 내용을 놓고 난방공사는 ‘동의했다’로 해석한 반면, 전남도와 나주시는 ‘동의하지 않았다’고 해석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최대 법무법인 김앤장과 나주시가 선임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인은 ‘동의 한 것’으로 해석했고, 이후 나주시가 난방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열병합발전소 가동금지 가처분’ 신청 소송 관할 법원인 광주지방법원 재판부에서도 ‘동의 한 것’으로 유권 해석을 내림으로써 공문 해석을 놓고 벌여진 이견은 일단락 됐다.

특히 전남도가 난방공사에 발송한 회신공문은 상급 결재라인(국장·전남부지사·전남지사)도 거치지 않고 기다렸다는 듯이 ‘환경정책담당 전결’로 처리·발송돼 의혹을 사고 있다.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해 지난 22일 김영록 전남지사를 상대로 도정질의에 나선 최명수(더불어민주당·나주2) 의원은 “전남지역의 두 배에 달하는 광주권 쓰레기 연료를 반입하는 결정을 이해 당사자 간 의견 수렴도 거치지 않고 뭔가에 쫒기 듯 졸속으로 당일 불과 몇 시간 만에 승인해 준 것은 사실상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공무원들의 미숙한 행정행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나주시도 같은 해 8월29일 동일 내용의 공문을 난방공사로부터 수신했지만 전남도 회신 공문내용과 토씨하나 틀리지 않게 작성된 내용의 공문을 다음날(8월30일) 난방공사에 발송함으로써 갈등의 불씨가 된 광주권 SRF연료 반입을 승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주 SRF열병합발전소는 지난 2009년 3월 환경부·전남도·나주시·화순군·목포시·신안군·순천시·구례군 등과 체결한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 자원순환형 에너지도시 조성을 위한 폐기물 에너지화 사업 업무협력 합의서를 바탕으로 2014년 착공해 2017년 12월 준공됐다.

혁신도시에 난방용 온수와 급탕수 공급, 전기 생산판매 등 집단에너지 사업을 목표로 조성됐다.

하지만 당시 협약 대상인 전남 6개 시·군의 1일 연료 생산 예산량은 600t이었지만 실제 생산량이 절반에도 못 미치자 난방공사가 지난해 9월부터 광주권 생활 쓰레기로 만든 SRF를 나주 열병합발전소에 반입을 시도하면서 주민들이 1년 넘게 집단 반발하고 있다.

혁신도시 주민들은 1일 440t의 SRF연료 중 나주지역에서 발생되는 생활쓰레기 연료는 3%밖에 되지 않는다며 쓰레기 배출지 처리 원칙을 준수해 광주권 쓰레기는 광주에서 처리할 것과 열병합발전소 사용 연료 100% 액화천연가스(LNG) 전환, SRF열병합발전소 매몰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나주시가 열병합발전소 갈등 문제 해결을 위해 ‘공론화위윈회’ 구성을 추진 중이지만 전남도가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사실상 공론화위 구성을 거부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나주=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