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국제핵융합실험로 건설현장 가보니 축구장 60개 규모 거대 프로젝트… 플라스마 통한 에너지생성이 핵심 한국 등 7개국 참여… 공정 57%, 원전과 달리 방사성 폐기물 없어 한국이 핵심부품 제작 주도해와, 젊은 연구진 부족… 육성 서둘러야
국제핵융합실험로 건설현장 프랑스 카다라슈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건설 현장. 핵융합로가 들어설 본관에서 엔지니어들이 건설 작업을 벌이고 있다. 8월 말 전체 공정이 57.4%를 넘어섰다. 카다라슈=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kyungeun@donga.com
ITER는 무한한 태양에너지의 근원인 태양 중심의 핵융합 반응을 인공적으로 일으켜 전력을 생산하는 핵융합에너지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장치다. 땅 위의 ‘인공태양’으로도 불린다. 유럽연합(EU)과 한국, 미국, 러시아, 일본, 중국, 인도 등 7개국은 2007년 공동으로 ITER 국제기구를 출범하고 같은 해 핵융합로 건설을 시작했다. 현존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과학 프로젝트다. 사업 예산은 EU가 45.46%, 나머지 6개국이 각각 9.09%씩 분담한다.
ITER 국제기구는 2025년까지 핵심 시설을 완성해 첫 플라스마를 발생시키고, 2035년 완공해 본격적인 핵융합 실험에 돌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해 8월 말 기준 전체 공정은 57.4%를 넘어섰다. 현재는 월평균 0.7%씩 완성해 가고 있다. ITER는 소모 전력 대비 10배의 전력을 생산해 각종 기반 기술을 시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초전도 핵융합로이자 ITER의 프로토타입 격인 ‘한국형초전도핵융합장치(KSTAR)’를 성공적으로 개발한 한국은 초전도 도체와 진공용기, 블랭킷(중성자·열 차폐물 및 삼중수소 증식재), 조립장비, 전원공급장치 등 ITER의 핵심 부품 제작을 주도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토카막 진공용기를 구성하는 핵심 세그먼트(조각)를 회원국 최초로 완성해 기준점을 세웠다. 한국이 최근 조립동에 구축한 높이 22m, 폭 20m의 진공용기 섹터 조립장비는 거대한 크기에도 불구하고 오차범위 2mm 이하로 정밀 제어가 가능해 주목을 받았다.
ITER는 소비 전력 대비 40∼50배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핵융합실증로(DEMO) 구축과 나아가 2050년대 핵융합발전소 상용화를 위한 준비 과정이다. DEMO는 ITER와 달리 각 회원국이 개별적으로 구축하게 된다. 한국은 3차 핵융합진흥기본계획에 따라 K-DEMO 구축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다만 정기정 ITER 한국사업단 단장은 “규모가 큰 만큼 2, 3개 ITER 회원국끼리 협력할 가능성도 높다”고 밝혔다. 각국은 2030년대부터 DEMO를 건설해 ITER 운영이 끝나는 2040년경부터 본격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관건은 태양의 중심처럼 핵융합 반응이 잘 일어나도록 고온의 플라스마를 안정적으로 장시간 유지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두 입자가 부딪쳐 하나가 될 확률이 0에 가까울 정도로 매우 낮기 때문이다. 그만큼 개수가 많거나 운동에너지가 높아 입자 간 충돌 횟수가 절대적으로 많아야 한다. 태양은 강한 중력으로 많은 입자들을 중심에 가두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인 1000만 도에서도 충돌 횟수가 많아 핵융합 반응이 잘 일어난다. 반면 ITER는 자기장으로 입자를 가두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 입자 수를 늘리기 어렵다. 따라서 고주파나 고에너지 중성자빔 등으로 반응 온도를 태양보다 높은 1억∼2억5000만 도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 그러나 1억 도 이상의 플라스마 유지 시간이 아직 수초를 넘지는 못했다.
카다라슈=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kyunge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