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을 만난 폼페이오 장관. 사진출처 폼페이오 장관 트위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 이후 급물살을 타는 듯했던 북-미 간 비핵화 협상 전선에 미묘한 기류가 생기고 있다. 북한은 미국이 제의한 실무회담에 대해 확답을 주지 않고 있고, 미국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차일피일 미루며 신경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2일(현지 시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앞으로 두어 달 안(in the next couple of months)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회담을 보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낙관하고 밀어붙이고 있지만 환상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중간선거(11월 6일) 이후가 될 것”이라고 말 한데서 한발 더 나아가 12월이나 내년으로 회담 일정이 잡힐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 이후 정상회담은 11월 중·하순이 될 거란 관측이 나왔지만 볼턴 보좌관 말대로라면 연내 회담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된 셈이다.
물론 북-미 정상회담을 조율할 실무회담이 시작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회담 시점을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 다만 협상이 벽에 부딪힐 때만 강경한 목소리를 내던 볼턴 보좌관이 또 다시 나선 것을 두고 미국이 극도로 신중하게 접근하면서 북한으로부터 확실한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과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큰 틀에서는 북-미 간 협상에 이상 기류가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최 부상이 폼페이오 장관 방북 때 러시아를 방문했다가 11일 귀국한 만큼 실무회담 준비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북한이 협상 때마다 뜸을 들이면서 심리전을 펴기는 하지만 김 위원장이 약속한 사안인 만큼 금주 중 실무회담 일정이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상회담 일정과 관련해 다른 소식통은 “볼턴 보좌관이 언급한 ‘두어 달’이라는 것은 회담에 조급해 하지 않는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적 어휘 선택으로도 볼 수 있다”며 “두 정상 모두 정상회담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만큼 연내 회담이 열리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거듭 밝혔다. 그는 이날 미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취임 전에는 북한과 전쟁이 날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김 위원장과 훌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정말 좋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며 “북한 문제 역시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5·24조치 해제 검토’ 발언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우리 정부의 대북 제재 완화 움직임과 관련해 미국 정부가 우리 측에 공식적으로 항의 의사를 밝혔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국감에서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국이 너무 과속하고 있다. 이렇게 가면 안 된다. 대북제재 강화해야 한다고 항의를 들은 바가 없냐”고 묻자 조 대사는 “미국 측이 그런 의견을 표명한 바는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