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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진의 필적]〈28〉좌고우면하지 않는 김영삼

입력 | 2018-10-12 03:00:00



김영삼 전 대통령은 서법에 따르지 않고 나름대로 독창적인 글씨체를 구사했다. 그가 즐겨 쓴 ‘大道無門(대도무문)’은 그의 필체 특징을 잘 보여준다. 가장 큰 특징은 여백이 거의 없고 상당히 크다는 것이다. 이런 글씨를 쓰는 사람은 열정, 성취욕, 모험심, 적극성, 자존심, 진취성, 근면성 등으로 가득 차서 일생 동안 끊임없는 행동력을 보인다. 다만 현실감각이 약하고 순진하며 세밀하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다. 시작 부분에 여백이 거의 없는 것은 적극적인 기질임을 말해준다. 김구와 같은 독립운동가나 마틴 루서 킹과 같은 사회운동가들이 주로 시작 부분에 여백이 없는 글씨를 쓴다. 게다가 김 전 대통령은 오른쪽으로 가파르게 올라가는 글씨를 써서 매우 낙관적, 긍정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기교가 거의 없고 정확한 정사각형 형태로 쓰고 있는 것은 세련됨과는 거리가 멀고 올곧은 사람임을 드러낸다. 대한민국의 민주화 과정에 열정, 진취성, 모험심, 적극성, 낙관적 성향, 정직성 등을 가진 김 전 대통령이 나타난 것은 참 다행스럽다.

김 전 대통령의 글씨 속도는 매우 빠르다. 두뇌의 회전이 빠르고 좌고우면하지 않고 빠르게 결정하며 직선적이면서 목표의식이 있고 변화의 욕구가 강한 성격을 보여준다.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자제력이 약하고 피상적이며 눈앞에 있는 것만 바라보고 나중 일은 잘 생각하지 않으며 일을 대충대충 끝낸다는 단점이 있다. 글자 안에서 구성 부분들 간 간격이 좁은 것을 보면 다른 사람과 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임을 보여준다. 민주화운동의 지도자였고 문민정부를 이끈 김 전 대통령이지만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그리 잘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글씨의 크기, 기울기, 기초선 등에서 일정하지 않고 변화가 있는데 이는 활력이 있고 충동적이며 열정적인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특징이다. 이런 글씨를 쓰는 사람은 자신감이 강하며 사고가 민첩하고 감성이 풍부한 기분파이다. 김 전 대통령은 인간미가 넘치는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구본진 변호사·필적 연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