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 ‘와인스틴 이후 1년’ 평가 공소시효 만료-증거 불충분 많아… 와인스틴 피해 80명중 인정 3명뿐 코스비도 1건만 기소돼 유죄 판결, “남성 성폭력 진지하게 보기 시작” 공소시효 연장 등 개선시도 이뤄져… 일각선 ‘SNS 유죄 판결’ 우려도
최근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는 미투 운동(#MeToo·나도 당했다)을 이렇게 평가했다. 지난해 10월 5일 뉴욕타임스(NYT)가 할리우드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이 여배우와 여직원에게 수십 년간 성폭력을 가해 왔다는 사실을 보도하며 미투 운동의 포문을 연 지 약 1년. 그동안 성폭력의 심각성에 둔감했던 정치인 등의 유명 인사들이 자리에서 쫓겨났다. 하지만 미투 운동은 미국 사회에 여전히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 와인스틴을 법정에 세운 여성들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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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페미니스트’를 자처해온 와인스틴의 추악함을 드러낸 건 피해 여성들의 용기 있는 증언이다. 그의 성추행 사실을 최초로 폭로한 영화배우 애슐리 저드를 비롯해 귀네스 팰트로, 앤젤리나 졸리, 우마 서먼 등 할리우드 유명 여배우들과 와인스틴 소유 회사의 여직원 등 80명 이상이 피해 사실을 공개했다. 와인스틴은 자신이 설립한 회사 와인스틴 컴퍼니에서 해고됐다. 1월엔 부인 조지나 채프먼으로부터 이혼 소송을 당했다. 영국 런던 경찰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경찰도 그를 조사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오랜 시간 동안 여성이 남성에 맞서는 말을 하면, 오히려 여성이 의심을 받아 왔다”며 “미투 운동으로 남성에 의한 성폭력 문제, 여성의 피해 증언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크리스틴 포드 팰로앨토대 교수가 제기한 브렛 캐버노 미 연방대법관의 성폭행 의혹은 연방수사국(FBI)의 조사로 이어졌다. 1991년 토머스 클래런스 연방대법관 인준 과정에서 그에게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했다가 ‘정신이 이상하고 난잡한 여자’라는 비난을 받은 애니타 힐 브랜다이스대 법대 교수의 사례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 공소시효-당파 싸움 미투 앞에 놓인 과제들
현실이 이렇다 보니 미국 주(州)들은 성폭력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주 하원은 지난달 아동성폭력 범죄의 공소시효를 없애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시간주는 올 6월 아동성폭력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신고할 수 있는 기간을 19세 생일 전에서 28세 생일 전까지로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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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로 지목된 남성이 법원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사회적 유죄’가 확정되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크다. 미국 유명 문예지 ‘뉴욕 리뷰 오브 북스’의 이안 부루마 편집장은 캐나다의 전직 방송인이 성추문으로 추락하게 된 자신의 삶을 한탄하는 내용을 담은 에세이를 잡지에 실었다가 논란이 일면서 결국 해고됐다. 이후 부루마는 네덜란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소셜미디어에서 유죄로 지목됐으나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미투 가해자에 대한 이슈를 제기하고 싶었다”며 “그러다 내 자신이 비판의 대상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