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아워/이국종 지음/440쪽(1권)·380쪽(2권)·각 1만5800원·흐름출판
이국종 교수는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17년간 고군분투했다. 한국에 선진국형 중증외상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한 그의 싸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사진은 2016년 이 교수를 비롯한 의료진이 경기 소방항공대 헬리콥터로 부상당한 미 해병을 치료한 뒤 미 공군기지로 이송하는 모습. 흐름출판 제공
단호함을 넘어 비장감마저 느껴졌다. “불편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일말의 망설임이 없었다. 북한 귀순병사 오청성 씨(24)의 수술을 집도했던 지난해 11월,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식당에서 기자와 만난 이국종 교수(49)는 집에 못 간 지 보름이 넘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파란색 수술 모자에 흰 의사 가운 차림이었다. 그의 시간은 철저히 환자에게 맞춰져 있었다.
중증외상 의료계의 산증인인 그는 메스 대신 틈틈이 펜을 잡고 5년간 글을 썼다. ‘골든아워’를 보자마자 그와 짧은 시간 대면했던 소소한 기억이 떠올랐다. 이 책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고군분투한 한 의사의 비망록이자 국내 중증외상 의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보고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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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골든아워’는 생과 사를 가르는 결정적인 시간이다. 하지만 그는 “병원과 병원을 전전하다 중증외상센터로 오는 환자들의 평균 이송 시간은 245분”이라며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이 길바닥에 내쳐지고 있다. 선진국 기준으로 모두 ‘예방 가능한 사망’이었다”고 썼다.
2002년 외상외과에 발을 들인 그는 국제 표준의 중증외상 시스템을 국내에 도입하기 위해 긴 싸움을 계속해 왔다. 마침내 2012년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전국 거점 지역에 정부 지원을 받는 권역외상센터가 설립됐다. 무조건 환자를 살려야 하는 중증외상 치료는 늘 적자에 시달렸고 비용과 효율성을 따지는 병원과 정부의 압박도 거셌다.
“2011년 석해균 선장이 복지부 캐비닛에 처박혔던 중증외상센터 정책을 끌어내더니, 북한군 병사가 죽어가던 중증외상 의료시스템을 건져낸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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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혹한 한국 사회 현실에서 업(業)의 본질을 지키며 살아가고자, 각자가 선 자리를 어떻게든 개선해보려 발버둥치다 깨져나가는 바보 같은 사람들의 처음이자 마지막 흔적이다.”
문장도 그를 닮았다. 글에는 좌절을 넘어 분노가 서려 있다. 허무한 감정과 비장함을 담은 문장이 언뜻 김훈 작가(70)의 그것을 닮았다. 그는 실제로 김 작가의 열혈 팬이기도 하다. 그는 “‘칼의 노래’를 등뼈 삼아 글을 정리해보려 애썼다”고 적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