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영 채널A 심의실장
한국도 마찬가지다. 통계청의 ‘2018 청소년(9∼24세) 통계’를 보면 음주율은 2011년 20.6%에서 지난해 16.1%, 흡연율은 12.1%에서 6.4%로 뚝 떨어졌다. 18세 이하 소년 범죄자 수는 2016년 7만6000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8년 13만5000명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같은 기간 전체 음주율과 범죄 발생 건수는 오히려 늘었고, 흡연율만 약간 줄었다.
왜 그럴까? 전문가들이 꼽는 주요 변수는 가정생활의 변화다. 부모가 자녀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길어졌고, 부모와의 대화가 편하다는 청소년도 많아졌다. 한국 청소년들도 가정생활에 만족한다고 답한 비율이 2011년 89.4%에서 지난해에는 95%로 늘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이용 시간의 증가도 빼놓을 수 없다. 그만큼 집 밖에서 나쁜 짓 할 시간이 줄어든 것이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술 담배 섹스의 쾌락을 접하는 나이가 늦춰졌을 뿐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른바 ‘×랄 총량의 법칙’이다. 영국의 경우 금욕적인 무슬림 인구의 유입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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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실한 젊은이들은 답한다. 시대가 변했다고. “우리 세대는 지도의 모든 빈 공간이 채워지고, 야생지대에 포장도로가 깔리고, 마음껏 싸울 명예로운 전쟁이나 정착할 변경이 없는 이상한 시대에 태어났다. 내면의 야성을 펼칠 곳이 없다.”(미국 베스트셀러 ‘봉고차 월든’에서)
일탈도 제자리로 돌아올 자신이 있을 때 할 수 있는 것 아닐까. 부모 세대가 이룬 풍요와 부모의 관리에 길들여진 세대는 계층 이동은커녕 이만큼 누리고 살기도 어려우리라는 미래에 일찍부터 주눅 든다. 경쟁은 치열하고 불안은 점증한다. 게다가 모든 실수가 기록되는 시대다.
미국의 심리학자 토리 히긴스에 따르면 사람을 움직이는 동기엔 좋은 것에 가까워지려는 ‘접근 동기’와 싫은 것에서 멀어지려는 ‘회피 동기’가 있다. 일을 칭찬받으려고 하는 건 접근 동기, 혼나지 않으려고 하는 건 회피 동기에서다. 접근 동기에 따라 재미있거나 즐거울 땐 기발한 아이디어가 쏟아진다. 하지만 최악을 모면하려는 회피 동기를 따를 땐 기존 틀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진다. 위험을 피하려는 동기로만 사는 젊은이들에게 젊은이다운 활력이나 창의성을 기대할 수 있을까. 사고 칠 땐 밉더니, 얌전해지니 걱정이다.
이진영 채널A 심의실장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