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성 교수 논문서 주장
목은 이색의 저술을 모은 ‘목은집’ 가운데 시 ‘백악산에 호종하여 짓다’ 부분(굵은 선 안). ‘독단여천부계합(獨斷與天符契合)’이천부경이언급된 구절이다. 사진 출처 한국고전종합DB
“비밀스러운 책 처음 나왔을 땐 귀신도 놀랐겠지(秘書初出鬼神驚)/…/‘독단’, ‘천부경’ 내용과도 부합하니(獨斷與天符契合)”(이색, ‘백악산·白嶽山에 호종·扈從하여 짓다’에서)
신라 최치원 사상 연구의 권위자인 최영성 한국전통문화대 교수는 발표 예정인 논문 ‘목은 이색의 역사의식과 민족사상’에서 “간단한 언급이지만 이 시구에서 이색이 천부경을 공부했다는 것과 당대 천부경의 존재를 알 수 있다”고 26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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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교수는 “이색은 천부경이 진짜 경전이라고 의도적으로 높이려던 게 아니라 우리나라가 본디 천자(天子)의 나라라는 점을 밝히려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시에 언급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려 말의 대학자인 목은 이색 영정. 이색은 조선 성리학의 선구자이면서 선도(仙道)의 맥을 이었다는 평가도 받는다. 사진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오늘날 전해지는 천부경은 위조된 것이라는 게 학계 정설이다. 계연수(?∼1920)라는 이가 1916년 묘향산의 석벽에 새겨진 것을 발견해 단군교(대종교가 만주로 기반을 옮긴 뒤 조선에 남은 분파)에 전했다고 하지만 앞뒤가 안 맞는 요소가 적지 않다. 일제강점기 민족사학자인 단재 신채호(1880∼1936)도 이 천부경을 “후인의 위조”라고 단정했다. 계연수는 때로 실존 인물인지조차 의심을 받는다.
흥미로운 건 “이색이 천부경을 주해(註解)했다”는 서술이, 역시 위서(僞書)라는 게 정설인 계연수의 ‘환단고기’ 가운데 이맥(조선 중기 문신·1455∼1528)이 썼다는 ‘태백일사’에 나온다는 점이다. 환단고기에는 이맥의 고조부인 행촌 이암(1297∼1364)이 단군의 치세 2000여 년을 1363년에 기록했다는 ‘단군세기’도 실려 있다. 이암은 이색의 스승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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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