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국제오페라축제 개막작… 주역 맡은 연광철 호연 돋보여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개막작인 ‘돈 카를로’.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제공
‘돈 카를로’는 베르디 오페라 가운데 가장 장대한 길이와 스펙터클을 자랑한다. 베르디가 가장 좋아했던 악기인 첼로의 육중한 저음에 실리는 3막 필리포 2세의 고백 ‘그녀는 날 사랑한 적이 없어’. 베이스 연광철은 무대에서 모든 것을 가졌지만 사랑을 잃은 최고 권력자가 되었다. ‘노래’ 아닌 ‘말’을 하는 연광철이 왜 세계 정상의 거장으로 대우받는지 여실히 증명해 주었다. 왕비 엘리자베타를 맡은 소프라노 서선영은 이제 드라마틱한 대형 가수의 자질을 갖추고 완벽에 가까운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베르디 후기 오페라를 넘어 바그너까지 아우르는 미래가 점쳐졌다. 바리톤 이응광의 로드리고는 하늘같이 고고한 품격으로 ‘베르디 바리톤’의 정석을 보여주었다.
연출가 이회수가 공들여 만든 무대는 2개로 수평 분할됐다. 상층부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각 장면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었다. 종교재판관은 시종일관 2층을 서성이며 나머지 인물을 감시했다. 신권(神權)이 왕권(王權)을 능가하는 연출가의 의도를 충실히 반영했다.
대구=유혁준 음악칼럼니스트·클라라하우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