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前대사 1심 징역1년 여직원에 지위 이용 성폭행 인정… 피해자 진술-친밀함 다르게 판단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함께 일하던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문환 전 에티오피아 대사(53)가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박주영 판사는 12일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혐의 등을 받은 김 전 대사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또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을 40시간 이수하고, 아동 청소년 관련 기관에 3년 동안 취업하지 못하게 하라고 판결했다. 김 전 대사는 선고 직후 법정 구속됐다.
박 판사는 김 전 대사가 에티오피아 대사로 근무하던 때 함께 일하던 직원 A 씨에게 위력을 행사해 성폭행한 혐의를 인정했다. 대사라는 지위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기 때문에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박 판사는 “김 전 대사는 해외 교민을 보호하고 주재국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일 책임 있는 지위에 있음에도 지위를 이용해 업무상 지휘 감독 관계에 있는 피해자를 간음했다”고 밝혔다.
안 전 지사 1심은 수행비서 김지은 씨(33)가 안 전 지사와 성관계를 맺은 뒤에도 안 전 지사를 우호적으로 대했다고 봤다. 러시아에서 성관계를 맺은 후 김 씨가 안 전 지사가 좋아하는 순두부를 하는 식당을 찾으려 애썼고, 귀국 뒤에도 안 전 지사가 다니던 미용실을 찾아가 머리 손질을 받았다는 것이다.
반면 김 전 대사 1심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친밀한 사이가 아니라고 봤다. 김 전 대사와 A 씨가 업무시간을 빼곤 개인적으로 거의 교류하지 않았고, 성관계를 한 날 A 씨가 김 전 대사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표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 판사는 “A 씨가 당일 숙제하듯 의무적으로 김 전 대사와 테니스를 치고 저녁 식사 요청에 응한 것으로 보인다. A 씨는 불안과 공포로 얼어붙은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두 재판부의 판단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얼마나 인정하는지에서도 갈렸다. 안 전 지사 1심은 김 씨가 안 전 지사와의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일부 삭제하고 증거로 제출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와 달리 김 전 대사 1심은 수사 과정에서 피해 사실에 대한 진술을 꺼리던 A 씨가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고 봤다. 지난해 7월 에티오피아대사관에서 일하던 다른 외교관이 성폭행 의혹으로 파면된 뒤 제보를 통해 김 전 대사 사건이 드러났다는 점을 들며 A 씨 진술의 신빙성을 높다고 봤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