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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은/이수곤]소홀한 원인 규명이 재난 부른다

입력 | 2018-09-11 03:00:00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6일 밤 서울 동작구 상도동 신축공사 지하 굴착공사 현장에서 흙막이가 무너져 상부 상도유치원(원생 122명) 건물까지 붕괴됐다. 불과 7일 전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서 지하 굴착공사 도중 흙막이가 붕괴돼 벽체가 무너졌고 벽체 뒤편 도로와 주차장이 꺼져 인접 19층 아파트 주민 200여 명이 대피했다. 똑같은 발생 원인과 사전 및 사후 처리 관행을 보니 앞으로 붕괴가 계속될까 두렵다. 가산동과 상도동은 모두 편마암 지역으로 위험한 단층이 많아 붕괴 사고가 잦은 지질이다. 단층은 암석 내에 발달한 균열인데 수십 m로 길고 점토가 끼어 대규모로 잘 미끄러지는 특성이 있다. 그러므로 이런 지질 특성을 사전에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이를 소홀히 하고 흙막이 공사를 하다 사고가 발생했다.

3월 말 위험을 감지한 상도유치원이 자문 의뢰를 해 필자가 현장을 가봤다. 굴착 초기 굴착면에 약 45도 경사의 점토충진 단층들이 공사장 쪽으로 기울어진 게 많이 관찰돼 상부 유치원까지 붕괴될 위험이 있었다. 그런데 설계도를 보니 단층을 고려하지 못했다. 추가로 촘촘한 간격의 시추지질조사 및 내시경 촬영과 흙막이 보강설계를 제안했다. 단층을 고려하지 못한 기존 설계대로 시공하면 3가지 위험요인이 가중돼 대규모 붕괴를 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먼저 수직 굴착면의 안쪽으로 63도 경사된 예상 활동면을 관통하도록 수평으로 길이 5.5m의 네일(일종의 철근)이 설계됐다. 90도 굴착면의 안쪽으로 약 45도 경사된 단층 활동면을 대부분 관통할 수가 없어서 실제로 보강효과가 적었다. 그래서 10∼15m 길이의 철근으로 설계변경이 필요했다. 다음으로 원래 설계는 상부 유치원은 고려하지 않았는데, 건물 무게까지 고려하면 네일을 추가해야 했다. 또 단층면에 점토가 있어서 더 쉽게 미끄러지므로 붕괴를 막으려면 네일 개수를 더욱 추가해야 했다.

범죄 사건이 발생하면 경찰은 폴리스 라인을 설치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직원들이 꼼꼼히 조사할 때까지 현장을 보존한다. 흙막이 붕괴도 똑같아서 활동면의 방향, 깊이, 특징 등을 전문가들이 5, 6시간 조사하면 붕괴 원인을 대부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구청이 붕괴된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서 성급하게 붕괴면 하부에 흙을 쌓았는데 결과적으로 중요한 원인 증거가 훼손됐다. 사고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면 똑같은 원인의 재난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