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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축구는 축제 중…훈훈한 봄바람 일으킨 벤투호

입력 | 2018-09-08 05:30:00

7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과 코스타리카의 평가전이 열렸다. 사진은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는 모습. 고양|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대한민국 축구에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다.

감동의 금빛 드라마를 써 내려간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AG)의 영향이다. 김학범(58) 감독이 이끈 23세 이하(U-23) 대표팀은 숱한 역경을 딛고 통산 5회, 2회 연속 정상을 밟았다.

대회 조별리그에서 말레이시아에 패하고, 토너먼트에서 이란(16강)~우즈베키스탄(8강)~일본(결승) 등 난적들을 뿌리치며 금메달을 목에 건 어린 태극전사들에 모두가 깊은 감동을 받았다. 심지어 4강에서 조우한 베트남은 객관적인 전력으로는 우리에게 뒤지지만 박항서(59)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어 ‘코리안 벤치 더비’라는 이채로운 장면을 연출했다.

긍정의 기류는 국가대표팀으로 이어졌다. 7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북중미 다크호스’ 코스타리카 평가전(2-0 승)은 모처럼 한반도에 찾아온 뜨거운 축구 열기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2022카타르월드컵을 겨냥해 최근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파울루 벤투(49·포르투갈) 감독의 공식 데뷔무대, 와일드카드(24세 이상) 자격으로 AG에 출격한 손흥민(26·토트넘 홋스퍼)이 기성용(29·뉴캐슬 유나이티드)에게 물려받은 주장 완장을 차고 출격한 첫 번째 A매치라는 사실 등 흥밋거리가 차고 넘쳤다.

코스타리카 평가전을 약 4시간 앞둔 시점에서 대한축구협회는 ‘입장권 매진’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오후 2시부터 발매된 현장 판매 분량을 포함해 3만5920좌석이 전부 팔렸다. 총 입장관중은 3만6127명. A매치 티켓이 매진된 것은 2013년 10월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 친선경기 이후 5년 만으로, 당시 관중은 6만5000명이었다.

암표상들도 곳곳에서 출몰했다. 본래 3만원으로 구입할 수 있는 2등석 티켓이 3배를 넘긴 10만원으로 거래되는 경우도 눈에 띄었다. 노점상들이 가져온 치킨은 없어서 팔지 못했고, 경기장 인근의 음식점도 길게 늘어선 줄에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7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벤투 감독의 데뷔전인 대한민국과 코스타리카의 평가전이 열렸다. 36,127명의 만원 관중이 들어차 응원을 펼치고 있다. 5년 만의 A매치 만원 관중을 기록했다. 고양|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이날 오후 3시 무렵부터 붉은 티셔츠를 걸치고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한 관중은 어느 순간 거대한 붉은 물결로 바뀌었고, 킥오프를 3시간 정도 남긴 시점에서는 경기장 주변을 제대로 오갈 수 없을 만큼 장사진을 이뤘다. 인접도로 역시 평소보다 훨씬 늘어난 차량들로 통제가 쉽지 않았다. 주차 전쟁도 대단해 멀리 떨어진 공터에 차를 세우고 경기장에 입장한 이들도 상당히 많았다.

특히 고무적인 것은 젊은 팬들의 대거 유입이다. AG 우승 멤버들이 대거 합류하면서 세대교체의 본격 시작을 알린 대표팀의 흐름에 따라가듯 20~30대 청년들 못지않게 앳된 10대 학생들이 경기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프로축구와 연령별 대표팀의 경기, A매치를 통틀어 이번이 첫 번째 축구 관전인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2002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지켜본 이들이 중심축이 된 지난 세대가 떠나고 한동안 비어 있던 자리가 신흥 팬들로 다시 채워지는 분위기다.

여운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칠레 평가전 역시 뜨거울 전망이다. 경기를 일주일 앞둔 4일 오후 기준으로 전체 판매분 4만석 가운데 2만4000석이 팔렸고, 코스타리카 평가전을 즈음해 3만석 이상이 판매됐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또 한 번 만원관중이 기대된다.

현장의 협회 관계자들은 “한국축구의 다음 4년을 책임질 벤투 감독과 새로운 목표를 바라보는 대표팀에 대한 기대감, AG에서의 감동적인 퍼포먼스가 어우러져 시너지를 발휘한 것 같다”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고양|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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