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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게시판에 “정부대책 믿었는데 분노”

입력 | 2018-09-05 03:00:00

[쉼 없이 뛰는 서울 집값]‘무주택 우울증’ 국민청원 10여건
상반기 18만명 서울→경기 이동, 전입은 12만… 6만명 빠져나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부동산 우울증’을 호소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4일 현재 10건이 넘는다. 지난달 30일 글을 올린 한 청원자는 “나는 회사에서 동료들에게 무주택자라고 조롱받고, 내 아내는 아파트 단지 사람들에게 조롱받고 있다.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집값 때문에 국민 절반이 우울증 걸릴 것”이라거나 “정부 대책을 믿고 주택 구입을 미뤘는데 우울증을 넘어 분노가 생긴다”는 글도 있다. 이 청원들은 대부분 집값이 급등한 올해 1, 2월과 8월에 작성됐다.

정신과 전문의인 오승준 새하늘병원 원장은 “지금 부동산 상황은 누구나 스트레스 받을 정도로 비정상적”이라며 “이럴 때는 ‘괜찮다’거나 ‘힘내라’는 식의 위로는 상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서로 조심하면서 담담히 지켜봐 주는 게 좋다”고 했다.

하루 종일 부동산만 생각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증권회사에 다니는 무주택자 성모 씨(41)는 “회사에 있다가도 틈만 나면 스마트폰으로 습관처럼 부동산 매물을 들여다보게 된다”고 했다.

실제 ‘네이버 데이터 랩’에 따르면 해당 포털 사이트에서 ‘서울 부동산’을 찾아본 일별 검색량은 지난달 27일이 2016년 이후 가장 많았다. 이날 네이버 이용자들이 ‘서울 부동산’을 찾아본 최대 검색량을 100으로 놓고 볼 때, 지난해 8·2부동산대책 당시의 같은 키워드 검색량은 39.4에 그쳤다. 이미 서울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8·2대책 당시를 뛰어넘은 것으로 해석된다. 5, 6월 서울 부동산에 대한 검색량은 10∼20 수준에 그쳤다.

서울 집값 상승이 계속되면서 서울에서 경기로 이사하는 사람도 늘어나는 추세다. 통계청 인구이동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서울에서 경기로 주소지를 옮긴 사람이 18만6993명인 데 반해 서울로 들어온 경기도민은 12만714명에 그쳤다. 서울에서 경기로 이동한 ‘순이동자 수’가 6만6279명에 이르는 것으로 이는 전셋값 상승에 따라 ‘탈(脫)서울’ 붐이 일었던 2015, 2016년보다 많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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