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연구재단, 최근 3년간 교수 등 265명에 5억8700만원 지급
○ 늘어나는 가짜 학술대회 해외 출장
국내외 학계에서는 2000년대 초부터 두 기관에서 주관·발간하는 학술대회나 학술지가 ‘가짜’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참가비만 내면 별다른 심사과정 없이 학회에서 발표할 기회를 주거나 논문을 발간해준다는 것이다. 최근 독일 공영방송 NDR 취재진이 논문작성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만든 허위논문을 와셋 주최 학회에 제출했더니 ‘최우수발표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오믹스는 지난해 ‘심사 행태, 출판 수수료, 편집위원회 성격’에 대해 학자들을 속인 혐의로 미국 법원이 허위정보 게재 금지 가처분 명령을 내렸다.
이런데도 서울대를 비롯한 국내 주요 대학뿐 아니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연구자들도 가짜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예산을 타냈다. 연구재단 자료에 따르면 ‘와셋’ 관련 출장비를 가장 많이 타낸 곳은 강릉원주대(5907만 원)로 참가자가 32명에 달했다. 이어 경북대(3217만 원), 전북대(2859만 원), 서울대(2523만 원), 성균관대(2356만 원), 연세대(2221만 원) 순이었다. ‘오믹스’ 관련 해외출장비로는 총 4416만 원이 지원됐으며 삼성서울병원(650만 원)과 KAIST(440만 원), 고려대(296만 원) 등이 지원을 받았다.
연구자들이 이들 학회에 참석한다며 출장을 간 지역은 프랑스 파리, 스페인 바르셀로나, 이탈리아 베네치아 등 대부분 해외 유명 도시였다. 출장비 지원액은 2015, 2016년 각각 9000만 원 안팎이었지만 지난해 2억4000만 원대로 2배 이상 늘었다. 참가자 수도 40명에서 2017년 105명, 올해는 상반기에만 62명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노웅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국가 R&D예산으로 부실학회를 다녀와도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감독하기 어렵다"며 "학술대회 참석 현황을 정보공개 대상 공공정보로 지정해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하여 연구활동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연구자가 국비 지원을 받아 참가한 국내외 학술대회에 대해 지난달 초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와셋, 오믹스 외에도 국내외 부실학회가 더 많은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연구재단 측은 “부실학회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게 정립돼있지 않았다”며 “조사를 통해 부적정한 집행으로 판정되면 연구사업 참여 제재, 연구비 환수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위대현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연구자들이 가짜 학회라는 걸 몰랐다면 학자 스스로 연구윤리에 관심을 가지지 않은 것이므로 도의적으로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