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보 녹조 문제 해결하려면
영산강 승촌보는 3월 20일부터 수문을 완전개방해 현재 최저수위를 유지하고 있다. 사진은 수문 개방 전인 지난해 11월 10일(왼쪽 사진)과 수문 개방 후인 올해 5월 29일 모습. 수문 개방 이후 평균 수심이 5m에서 0.5m로 줄어들면서 보 바닥이 훤히 드러났다. 다만 환경부는 승촌보 개방 이후 동식물의 서식 환경이 개선되고 조류 농도가 대폭 줄었다고 밝혔다. 환경부 제공
○ 녹조 줄어도 오염물질은 그대로
녹조는 △영양염류(질소, 인) △체류시간 및 유속 △일사량 △수온 등에 영향을 받는다. 같은 보에서도 매년 발령되는 조류경보나 수질예보 날짜 수가 다른 이유다. 네 요소 중에서 일사량과 수온은 날씨에 영향을 받으므로 인력으로 조절할 수 없는 요소다. 반면 유속은 수문 개방을 통해 조절할 수 있다. 특히 수문을 열면 눈에 보이는 녹조는 대개 완화된다.
문제는 수질이다. 조영철 충북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수질 기준은 녹조가 아니라 질소와 인 등 유기물에 좌우된다”며 “오염원을 관리하지 않은 채 보만 열었다고 해서 수질이 좋아졌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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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날짜별로 보면 지난해 7월 31일 공주보의 남조류 개체수는 3860셀이었지만 올해 수문을 개방한 7월 30일에는 1만1275셀로 훨씬 높게 나타났다. 저수율이 92.9%에서 14.8%로 뚝 떨어진 점을 고려하면 수문 개방만으로는 녹조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녹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오염물질 유입 조사를 일부 유역에 한해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을 뿐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우선순위를 고려해 상수원 쪽에서 오염물질 유입 조사를 하다 보니 아직 보 지역의 구체적 조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 녹조 정수 때 발암물질 나올 수도
상수원 지역의 녹조가 심해지면 수돗물 안전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녹조를 정수할 때는 ‘총트리할로메탄’이란 발암물질이 나온다. 다만 고도정수처리시설을 갖춘 곳에선 이 발암물질의 생성 가능성이 낮다. 발암물질은 유기물과 염소가 결합할 때 나온다. 고도정수처리시설은 일반적인 정수처리시설보다 한 단계를 더 거쳐 이 유기물을 최소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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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반 정수 과정에서는 미처 제거되지 않고 남아있는 유기물이 염소와 결합해 발암물질을 생성할 수 있다. 조 교수는 “낙동강이나 한강 등 웬만큼 큰 곳에는 고도정수처리시설이 설치돼 있어 문제가 없지만 조그만 저수지에서 일반 정수처리를 통해 물을 마시는 주민들은 위험할 수 있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수문 개방의 가장 큰 피해자는 농민
보 수문 개방 시 가장 피해를 보는 이는 농민들이다. 논농사를 지을 때 보로 나 있는 취수구를 통해 물을 끌어 쓰는데 수위가 낮아지면 물을 퍼 올릴 수 없다. 수막재배 방식으로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는 경우 그 피해는 더 커진다.
수막재배란 비닐하우스 안에 이중으로 비닐하우스를 치고 그 위에 지하수를 뿌려 일정 온도를 유지하는 재배 방식이다. 난방을 해 온도를 유지하는 것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4대강 사업 전에는 지하수위가 낮아 관정을 깊게 뚫어야 했다. 비용이 많이 들어 수막재배를 하는 농가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4대강 사업 후 지하수위가 높아지면서 수막재배가 늘었다. 그런데 보를 개방하면 다시 지하수위가 낮아진다. 보 수문 개방 때마다 농민들이 반대에 나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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