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협상]대북특사단 5일 평양으로
문재인 대통령(왼쪽에서 두 번째)이 3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심각한 표정으로 임종석 비서실장을 쳐다보고 있다. 문 대통령의 오른쪽으로는 대북특사로 5일 평양을 방문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앉아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북-미 정상회담 중재로 10월 종전선언 카드 갖고 방북할 듯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지금은 한반도 평화 정착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다. 북한에 특사를 파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초당적으로 판문점선언을 뒷받침해 주신다면 한반도 평화를 진척시키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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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9월 유엔 총회 기간 남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했던 청와대는 조기 종전선언 채택은 어렵다고 보고 있다. 그 대신 10월 중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 문제를 마무리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조기 성사시켜야 한다는 것이 청와대의 판단이다. 삐걱거리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라인을 대신해 ‘굿 케미스트리(정치적 궁합)’를 부각해온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만남을 성사시키는 것이 오히려 비핵화 대화를 가동시킬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것.
원칙적으로 김정은과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이미 2차 정상회담에 합의한 상태. 이에 따라 특사단은 이번 방북에서 10월 종전선언 구상을 김정은에게 전달하고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필요한 사전 신뢰 조치를 협의해 이를 미국에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 임종석 “비핵화 새로운 조건·상황 만들어야”
하지만 관건은 미국의 반응이다. 미 국무부가 남북관계 진전으로 비핵화 문제를 풀어보려는 한국의 시도에 공공연하게 경고를 보내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중재하는 2차 북-미 정상회담과 종전선언 발표 로드맵을 달가워하겠느냐는 의구심이 적지 않기 때문. 이와 관련해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특사단이 다시 평양에 간다. 우리 스스로 새로운 조건과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는 간절함을 안고 간다”고 밝혔다. 특사단을 통해 비핵화 대화의 새로운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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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한미 정상 통화나 대미 특사 파견을 통해 미국을 설득한다는 복안이다. 유엔 총회 기간에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청와대는 또 남북 정상회담을 전후해 여야 5당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추진할 방침이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