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군이 전국 최초로 내년부터 농민수당을 지급한다. 해남군은 쌀과 밀, 겨울배추, 고구마 등 7개 품목 재배 면적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대한민국 ‘농업 1번지’다. 해남군 제공
한반도 최남단 전남 해남은 전국의 기초지방자치단체 226곳 가운데 농경지 면적이 가장 넓다. 논과 밭 3만5000여 ha에서 생산한 쌀과 겨울배추, 고구마, 밀 등 7개 품목은 전국에서 가장 많다. 해양성 기후와 풍부한 일조량, 미네랄이 풍부한 황토 등 맛과 품질이 뛰어난 농산물을 생산하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대한민국 ‘농업 1번지’인 해남군이 전국 최초로 전체 농가를 대상으로 농민수당을 지급한다.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하고 농가의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농민수당이 농업 활성화의 혁신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전국 최초 농민수당 지급
최근 해남군은 내년부터 농민수당을 전체 농가 1만4579가구에 연 60만 원씩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한 달에 5만 원꼴로, 1년에 두 차례 30만 원씩 지급한다. 연간 소요 예산은 약 90억 원으로 예상된다. 수당은 100% 지역상품권으로 지급해 지역 상가 등에서 사용하게 함으로써 소상공인에게도 도움을 주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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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들도 친환경 농업을 실천하고 농산물수급 안정에 노력하는 등 공익 의무를 다하기로 했다. 농약·비닐 등을 제대로 처리하고 가축 사육두수를 적정하게 유지하며 논과 밭 등 농경지의 형태를 그대로 보전하는 등 활동을 하기로 했다.
산이면 지산마을에서 벼와 배추, 밀 등을 재배하고 있는 정거섭 씨(54)는 “농민수당은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한 농가들에 희망을 심어주는 지원금이 될 것”이라며 “향후 조례 제정 과정에서 미비점을 보완하는 등 의견이 수렴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농민단체도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은 “해남군의 농민수당 지급 결정은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주는 획기적 정책”이라며 “전남도에서도 공식적인 협의를 진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 농사짓기 가장 좋은 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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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군의 친환경 인증 면적은 4811ha로,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넓다. 해남군은 2017년 전남도 친환경농업육성평가에서 최우수기관에 선정됐다. 2015년과 2016년 우수상에 이어 3년 연속 우수기관으로 선정돼 친환경 농업 메카임을 입증했다. 이는 친환경농업을 조직화·단지화해 안정적인 생산체계를 구축하고 소비처 발굴에 나서는 등 친환경농업 확산을 위해 노력한 결과다. 인증품목도 벼농사 중심에서 소비자 기호에 맞게 채소, 과수 등을 포함한 67개 품목으로 늘린 것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안전한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새끼우렁이 공급사업도 벌이고 있다. 새끼우렁이 농법은 전남도농업기술원의 잡초방제 시험검증 결과 피와 물달개비, 올방개 등 제초제에 저항성을 가진 슈퍼 잡초까지 99% 이상 방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부화한 지 50일 된 우렁이를 10a(999m²)당 1.2kg(1200마리)을 논에 넣어주면 제초 효과가 탁월해 제초 비용 및 노동력 절감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해남군은 올해 친환경 벼 인증을 받은 농가와 친환경농법을 희망하는 일반 농가에 새끼우렁이 69t을 공급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