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제승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부원장·전 국방부 정책실장
문제는 방법과 수단이다. 선순환의 묘책이 필요하다. 북한은 평화 의지만으로는 변화시키기 어려운 상대다. 안타깝게도 정부는 포괄적 접근보다 대화와 설득에만 매달리고 있다. 의연하고 당당한 태도가 아쉽다. 왜 그럴까? 북한을 자극하면 대화 분위기가 깨질까봐 노심초사하는 듯하다. 북한의 선의만을 기대하면서 시종 인내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달라져야 한다. ‘대화와 압박’ 또는 ‘설득과 강요’ 전략을 능동적으로 구사해야 한다.
‘압박’ 또는 ‘강요’의 축은 군사전략의 몫이다. 군사전략은 국익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한 군사력 운용과 건설에 관한 술이다. 독일 통일을 이룬 재상 오토 폰 비스마르크와 헬무트 콜 총리의 성공적 외교전략 뒤에는 비교우위의 군사전략이 있었다. 평화의 외침과 유화적 접근만으로 평화가 보장될 수 없다는 역사의 교훈이다. 전쟁을 하지 않으려면 전쟁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역설적 명제가 성립된다.
한미는 2013년부터 북핵 위협 ‘맞춤형 억제전략’을 공유하고 있다. 이 전략의 요체는 ‘강압외교’로 외교, 경제, 군사의 노력은 현재 진행형이다. 기세등등하던 북한이 ‘강압’에 못 이겨 대화에 나선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군사전략적 접근은 분명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수립의 촉진 요인이다. 국가의 책임은 순간의 인간적 인상에 현혹되지 않고 사자의 위엄과 여우의 지혜를 발휘하는 데 있다. 우리의 국토공간에서 군사력을 연마하면서 강력한 태세의 위용을 유감없이 ‘시위’해야 한다. 남북 협상에서 북한의 선전적이고 무례한 언행을 교정해야 한다. 평화무드에 주눅 든 군사로는 한반도의 진정한 주인이 되기 어렵다.
류제승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부원장·전 국방부 정책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