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에서 미래를 찾는다]동아일보-농림축산식품부 공동기획
《 ‘제주도의 청정 자연을 상품화한다면 어떨까.’ 한라봉, 백년초 등으로 화장품과 향수, 향기제품(디퓨저)을 만드는 ‘제주사랑농수산’은 이 작은 아이디어로부터 시작됐다. 경기 가평의 ‘농부들의 카페장터’ 또한 ‘지역 농산물인 잣을 가공해 팔아보자’는 생각이 출발점이었다. 제주사랑농수산은 2014년 이후 연평균 27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4년 설립 당시 1000만 원에 불과하던 농부들의 카페장터 연간 매출액은 지난해 5억5000만 원으로 늘었다. 두 회사는 농촌융복합산업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
제주사랑농수산 양경월 대표가 판매장에서 주력 제품 중 하나인 천연화장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제주=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2000년 대출을 받아 부도난 공장을 인수하면서 재기를 모색했다. 처음에는 제주 토산품을 단순 판매하다가 주문생산 방식으로 제품을 떼어 와 팔았다. 국화를 직접 재배해 판매와 체험행사를 같이 진행했다. 제주 농산물을 활용해 차와 식품, 향수와 화장품을 만들었다. 판매장 주변에 카페와 정원을 만들어 쾌적함을 더했다. 관광객이 직접 만들어 보도록 체험장도 별도로 뒀다.
올해 3월 대리점 사업을 시작했다. 본점을 포함해 제주에만 5곳. 부산과 충북 청주에도 대리점을 열었다. 이달 중으로 대전과 경기 고양시 일산, 다음 달에 광주와 서울 홍익대 주변에 추가로 대리점을 연다.
수출도 청신호다. 양 대표는 “2년 전부터 중국 진출에 공을 들인 결과 연내에 수출이 성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화장품 산업이 농업의 새로운 수익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양 대표는 “3년 이내에 연간 1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도약하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 지역 주민 일자리 창출에 기여
농부들의 카페장터 서영갑 대표가 지역주민들이 채취한 잣으로 만든 제품 세트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농부들의 카페장터 제공
당시 마을에 건물 두 동짜리 유휴 공공시설이 있었다. 매달 50만 원씩 전기료가 나오는 골칫거리였다. 서 대표는 비용을 부담하기로 하고 그 건물에서 간장과 된장을 만들었다. 잣을 채취해 찌기도 했다. 골칫거리였던 건물은 마을 사람들의 놀이터가 됐다.
현재 30여 명의 지역 주민이 농부들의 카페장터에서 일을 하고 있다. 앞으로 잣을 활용한 다양한 가공품을 만들 예정이다. 공장도 새로 짓고, 판매처도 확장하고 있다. 그 결과 올 상반기(1∼6월)에 이미 지난해 매출액을 넘어섰다. 하지만 서 대표는 매출보다 더 신경을 쓰는 것이 있단다. “수익은 생산자에게 나눠주고 있습니다. 매출보다는 지역 주민과 함께 성장한다는 데 더 무게를 두고 싶습니다.”
제주=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