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후 최대 위기에 ‘수사협조자 처벌 감면’ 택한 코언… 법정서 선거법 위반 등 유죄 인정 특검 협조땐 탄핵위기 몰릴수도… 트럼프 “코언이 지어낸 이야기” 비난 매너포트는 돈세탁 혐의 유죄 평결
트럼프 대통령과 불륜 관계에 있던 포르노 배우에게 2016년 대선 당시 ‘입막음용’ 돈을 건넸던 코언이 21일 법정에서 유죄를 인정하면서 “대통령의 지시였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10년 이상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로 활동했던 코언은 ‘트럼프 사단의 전투견(attack dog)’으로 불릴 정도로 충성심이 강했다. 그런 그가 자신의 개인 비리를 파고드는 검찰 수사에 굴복해 유죄를 인정하고 감형을 받는 ‘플리바기닝(수사 협조자 처벌 감면)’을 택한 것이다.
여기에 폴 매너포트 전 트럼프 선대본부장이 같은 날 세금·금융사기 등의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으면서 “1974년 리처드 닉슨이 대통령직을 사임한 이후로 백악관이 이처럼 어두운 날을 맞은 적이 없었다”는 말까지 나온다. 매너포트는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검이 첫 번째로 기소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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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 충성으로 비롯된 개인의 일탈’로 사건이 종결되기를 바랐던 트럼프의 기대는 이날 코언이 “(돈 지불은) ‘연방정부직 후보자’(트럼프 대통령을 지칭)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다”고 폭로하자 산산조각 났다. 코언의 변호사인 래니 데이비스는 유죄 인정 뒤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 같은 지불이 코언에게 범죄가 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범죄는 왜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자신의 트위터에 코언을 두고 “(처벌 감면과 관련한 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얻어 내기 위해 이야기를 지어냈다”고 비판했다.
설상가상으로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의 또 다른 핵심 측근인 매너포트 전 선대본부장은 불법 해외로비 및 돈세탁 혐의로 배심원단으로부터 유죄 평결을 받았다. 최대 형량이 80년에 이른다. 뮬러 특검 출범 이후 가장 의미 있는 ‘첫 승’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입막음용 돈을 건넨 것과 관련해 ‘트럼프 공범론’이 제기되면서 탄핵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관례상 현직 대통령은 형사고소를 당하지 않는다”면서도 “탄핵을 통한 책임 추궁의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둔다면 ‘탄핵 카드’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되기 위해선 반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비밀들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코언이 뮬러 특검에 협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코언은 이미 플리바기닝을 통해 최대 65년이었던 자신의 형량을 46∼63개월로 줄였다. 뮬러 특검이 수사 협조를 대가로 추가 형량 감면을 제시한다면 코언이 어떤 ‘폭탄 발언’을 내놓을지 알 수 없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