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은 22일 “2023년까지 울산 온산공장 인근 40만 m² 부지에 연간 생산량 150만 t 규모의 스팀 크래커를 짓기 위한 타당성 검토를 수행 중”이라며 “투자 규모는 5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발표했다.
스팀 크래커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부산물을 원료로 투입해 에틸렌 등 석유화학 제품을 만드는 시설이다. 기존 에틸렌 생산시설인 나프타분해시설(NCC)과 다른 점은 나프타 외에 부생가스도 원료로 쓴다는 점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그동안 원유를 정제하며 나오는 부생가스는 공장을 돌리는 연료로 써 왔는데, 에틸렌 생산 원료로 투입하면 경제성을 대폭 높일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연간 150만 t은 국내 1위 기업인 LG화학의 여수NCC(116만 t)를 뛰어넘는 단일 설비 최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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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쓰오일을 비롯한 정유업체들이 그동안 ‘부업’ 정도로 여기던 화학산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에틸렌 증산은 가속도가 붙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은 이미 연 86만 t 규모의 NCC를 보유하고 있다.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도 각각 연 70만∼75만 t 규모의 NCC 건설을 추진 중이다. 현재 한국 석유화학 업체들의 에틸렌 총생산량은 연 900만 t 정도지만 각 업체가 추진하는 신설 및 증설이 완료되면 연 1500만 t 가까이로 늘어난다.
이는 꺾일 줄 모르는 수요에 발맞춰 매출과 수익성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다. 지난해 6월 1000달러 밑으로 떨어졌던 에틸렌 t당 가격은 현재 1400달러까지 오른 상태다.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와 함께 최대 수요처 중 한 곳인 중국에서 환경 규제가 강화돼 석탄 기반의 생산시설 가동이 대폭 감소한 탓이다.
세계 1위 에틸렌 생산국인 미국에서도 증산 바람이 뜨겁다. 다우케미칼과 셰브론, 필립스 등 주요 업체들의 증설 현황을 종합하면 2017∼2018 2년 동안에만 연 1300만 t 이상 생산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기업들은 대부분 NCC가 아닌 셰일가스 기반의 ECC를 통해 에틸렌을 생산한다.
물론 잇따른 증산이 공급 과잉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달리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은 대부분 원유에서 에틸렌을 뽑아내기 때문에 유가 상승과 공급 과잉이 겹칠 경우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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