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태극마크 SK 박종훈
SK 언더핸드 투수 박종훈은 오버핸드는 물론이고 여느 잠수함 투수와도 다른 독특한 투구 동작을 갖고 있다. 와인드업 후 엉거주춤하게 상체를 숙인 뒤 튀어 오르는 듯이 공을 던진다. 공을 놓기 직전 오른손은 땅에 닿을 정도로 낮게 위치한다. 대다수 투수가 공이 위에서 아래로 꽂히는 반면 박종훈의 공은 밑에서 위로 치솟아 오른다. SK 제공
박종훈의 이런 독특한 투구 폼은 투수로서 큰 장점이기도 하다. 타자들이 타이밍을 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는 원하는 곳에 공을 제대로 던지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첫 풀타임 선발로 나선 2016년 박종훈은 제구에 애를 먹었다. 그해 KBO리그 투수 가운데 볼넷(91개)과 몸에 맞는 공(23개)을 가장 많이 허용했다. 최다 패전(13패)도 공동 1위여서 불명예 3관왕을 차지했다.
그랬던 박종훈이 2년 만에 완전히 달라졌다. ‘영점’이 잡혀 에이스급 투수가 됐다. 그는 5일 열린 LG와의 잠실 경기에서 6이닝 1실점 호투로 시즌 10승(5패)째를 수확했다. 지난해 12승(7패)에 이어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다. 박종훈은 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사실 SK에 입단한 2010년부터 2016년까지 7년간은 컨트롤이 아예 없는 투수였다. 지난해 약간 눈을 떴고, 올해 비로소 좀 좋아졌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며 웃었다.
광고 로드중
주무기는 직구와 커브다. 직구 스피드는 130km 후반대지만 워낙 낯선 투구 폼 때문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밑에서 위로 솟아오르는 120km 내외의 커브는 ‘명품 구종’으로 꼽힌다. 박종훈은 “원래 오버핸드 투수였는데 중학교 때 언더핸드로 전향했다. 그런데 중고교 시절 언더핸드 투수를 지도할 코치님이 없었다. 독학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 덕분에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폼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손혁 SK 투수코치는 “올해 들어 중요한 순간 정확하게 잘 던진다. 직구가 워낙 힘 있게 들어오다 보니 커브까지 큰 효과를 발휘한다”고 말했다.
박종훈의 존재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야구대표팀에도 큰 힘이 된다. 최근 대표팀 투수들의 부상과 부진이 잇따르는 가운데 박종훈은 대표팀 최종 엔트리 발표 이후 9경기에서 4승 2패, 평균자책점 2.45를 기록하고 있다. 대표팀 투수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이다. 성인 대표팀에 난생처음 발탁된 박종훈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내 이름이 포함돼 너무 기뻤다. 대표팀에서도 인정받는 투수가 되고 싶다. 그런 오기가 생겨 최근 더 열심히 던졌다. 하루빨리 자카르타 마운드에 서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