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의 對이란 경제제재 복원 암시장 환율 2개월새 69% 올라… 은행앞 달러환전 시민들 북새통 물가 올들어 13.7% 상승 겹쳐… 상인들 일손 놓고 반정부 시위
이란 정부는 “미국의 제재가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을 증명할 것”이라며 큰소리치고 있지만 시장은 다가올 제재 부활을 두려워하고 있다. 리알화 통화가치는 끝을 모르고 폭락하고, 생활 물가는 치솟고 있다.
29일 유로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미 달러 대비 리알화 환율은 암시장에서 10만2000리알대까지 올랐다. 트럼프 행정부가 JCPOA 탈퇴를 선언한 5월(6만500리알)에 비해 약 69% 오른 것이다. 리알화 환율은 올해 1월까지만 해도 달러당 4만2800리알 수준이었다. 이 때문에 요즘 이란 내 은행에서는 리알화 가치가 더 떨어지기 전에 달러로 환전하려는 시민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광고 로드중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이란 국민들은 집세를 내거나 음식을 사는 것조차 힘들어지고 있다고 아우성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BMI리서치는 이란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1.8%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JCPOA 탈퇴를 선언하기 전(4.3%)보다 크게 떨어진 수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란산 카펫 역시 제재 대상에 오르면서 숙련공 등 수십만 명의 관련 산업 종사자들이 다른 직장을 알아봐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란 국립 카펫 센터에 따르면 2017년 3월∼2018년 1월 이란산 카펫 수출액은 3억3300만 달러(약 3720억 원)로 주요 수출처는 미국이었다.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리알화 가치 폭락 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발리올라 세이프 중앙은행 총재를 경질하는 등 충격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9일 이란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정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민간 투자자들에게 세금 감면 조치 등 파격적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을 비롯해 유럽 상당수 기업들이 이란 내 사업을 포기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임시방편이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들의 ‘테헤란 엑소더스’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카이로=서동일 특파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