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무역전쟁에 반사이익
○ ‘돼지고기 전쟁’에 숨겨진 각국의 득실
미국산 육류가 각국의 보복 관세의 집중 표적이 되면서 미국 내 육류 재고가 늘어나고 동시에 가격까지 떨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 시간) “보복관세로 수출길이 막히면서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칠면조 등 재고가 기록적인 수준인 25억 파운드(약 113만4000t) 이상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몇 년간 미국 경기 호황과 아시아 국가의 육류 소비 증가로 사육 및 가공 시설에 엄청난 투자를 해왔던 미국 축산농가와 육류 가공업자들은 큰 피해를 입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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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돼지고기 전쟁’ 때문에 혜택을 보는 국가와 소비자도 있다. 미국산 돼지고기의 최대 수입국인 일본이 대표적이다. 일본인들은 어느 때보다 싼값에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됐고, 미국 소비자들도 마찬가지다. 독일 스페인 덴마크 등 유럽 돼지고기 수출국가도 미소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산 대신 유럽산 돼지고기를 수입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 이란도 미중 무역전쟁의 수혜자
미국이 세계를 상대로 무역전쟁을 선포하면서 반사이익에 웃는 국가도 늘어나고 있다.
돼지고기와 함께 무역전쟁의 표적이 된 대두도 브라질 등 남미 국가들에 기회를 만들고 있다. 중국이 미국산 대두에 25% 추가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 대두 수입업자들은 수입처를 브라질로 돌리고 있다. 지금까지 브라질산 대두는 미국산에 비해 약 20% 비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 “브라질 남부에서 수출된 대두 가격은 t당 396.6달러(약 44만8200원)로, 미국 남부 멕시코만에서 선적된 대두에 비해 t당 66.1달러(약 7만4700원) 비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25%의 관세를 고려하면 가격이 역전된다. 수입처를 바꾼 중국 수입업자들 때문에 브라질산 대두의 프리미엄은 4년 만에 최고치가 됐다고 F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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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도 미중 무역전쟁의 수혜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이 미국산 석유화학제품에 25% 보복관세를 매기면 해당 제품을 중국에 가장 많이 수출하는 중동이 반사이익을 얻고, 특히 중국의 최대 석유화학제품 수입국인 이란이 득을 볼 수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