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그런데 지난 1년간 탈원전 정책의 변경을 고려할 요인과 사례가 여럿 생겼다. 먼저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었던 일본에서 강화된 안전기준을 충족하는 원전 9기를 가동시켰다. 일본이 원전 재가동을 추진하는 이유는 원자력을 대체할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의 증가로 무역적자, 전기요금 인상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에너지 수입액 증가는 지난해 한국에서도 관측됐다. 2015년까지 에너지 수입액은 5년 평균 연 1625억 달러로 전체 수입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규모였다. 2015년부터 유가가 급락하자 2016년 에너지 수입액은 과거 절반 수준인 809억 달러로 줄고 그 덕분에 무역흑자가 대폭 늘었다. 그런데 지난해 에너지 수입액은 1095억 달러로 전년보다 35%나 증가했다. 올해 유가는 더 오르고 있다. 원자력 대신 LNG 발전을 늘리면 수백억 달러 규모의 무역적자 요인이 발생한다. 반면 원전 수출이 성사되면 무역흑자에 기여할 수 있다.
지난달 한국갤럽이 발표한 원자력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는 원전 비중의 유지 또는 확대 의견이 축소보다 54 대 32로 우세했다.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 당시 2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44 대 39에 비해 차이가 17%포인트나 커진 것이다. 이는 원전 가동률 저하로 인해 지난겨울에 나타났던 빈번한 수요 감축 지시와 한전의 2분기 연속 적자, 석탄 발전량 증가로 인한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과다배출 등 탈원전 부작용이 빠르고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인식하기 시작했음을 나타낸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