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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업계도 “수입차 관세폭탄 반대”… 트럼프 성토대회 방불

입력 | 2018-07-21 03:00:00

상무부 주최 수입차관세 공청회




“미국의 수입 자동차 관세 부과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혜택을 근본적으로 훼손할 것이다.”(강성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보)

“(미국 자동차 산업) 일자리 10%가 줄어들 것이다.”(제니퍼 토머스 미국 자동차제조업연맹 부회장)

미국 정부가 수입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를 검토하는 가운데 다른 국가들은 물론이고 미국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빗발치고 있다. 미 상무부가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개최한 공청회는 미국 정부 계획에 대한 성토장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외 반대에도 수입차 관세 부과를 강행할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트럼프 행정부 성토대회 된 공청회

19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상무부 강당에서 열린 ‘수입자동차 관세’ 공청회에는 한국 유럽연합(EU) 캐나다 멕시코 일본 등 각국 정부와 업계 대표단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각국 정부 관계자들은 대미(對美) 자동차·부품 수출이 미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성천 산업부 차관보는 “한국의 자동차 기업들은 100억 달러 이상 미국에 투자해 11만 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며 “한국의 대미 수출 주력 차종은 미국 자동차와 경쟁관계에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 앨라배마 공장 직원인 미국인 존 홀 씨는 “2005년부터 생산공장의 엔진 숍에서 일하고 있다”며 “만약 관세가 부과된다면 앨라배마의 내 친구와 이웃들은 일자리를 잃을 것이고 지역경제는 완전히 파괴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여야 원내대표들, 美 가서야 ‘단합 점프’ 북한 비핵화와 한미 통상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5당 원내대표단이 19일(현지 시간) 미 의사당 앞에서 함께 뛰어오르며 단합을 다짐하고 있다. 18일 도착한 이들은 에드 로이스 미 하원 외교위원장, 코리 가드너 상원 동아태소위원장 등을 면담했고 이날은 윌버 로스 상무장관을 비롯해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존 루드 국방차관, 존 설리번 국무부 부장관 등을 만났다. 원내대표단은 23일 귀국할 예정이다. 왼쪽부터 노회찬(정의당) 홍영표(더불어민주당) 김성태(자유한국당) 박경미(민주당·원내대변인) 장병완(민주평화당) 김관영(바른미래당) 의원. 박경미 의원 제공


○ 미국 업계 “일자리 줄고 경쟁력 훼손될 것” 우려

이날 공청회에서 미 자동차제조업연맹(AAM), 전미자동차딜러협회(NADA), 전미제조업협회(NAM), 자동차무역정책위원회(AAPC) 등 미국의 자동차 관련 4개 단체는 수입차 관세 부과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수입 부품 가격이 오르면 미국에서 생산되는 완성차 가격이 함께 오르고 미국내 자동차 구입 수요가 감소해 일자리가 줄어드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맷 블런트 AAPC 회장은 “소비자의 수요 감소로 인해 최소 62만4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면서 “자동차 업체들의 미국 투자도 줄어들면서 궁극적으로 미국 자동차 업계의 경쟁력만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가 진행되는 동안 미 의회 앞에서는 미 자동차업계 근로자들이 관세 부과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처럼 미국내 거센 반발을 의식한 듯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미국이 수입차와 부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인지 여부를 말하긴 너무 이르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로스 장관은 이날 방미 중인 여야 5당 원내대표와의 면담 자리에서도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미국의 자동차 관련 요구가 많이 반영됐기 때문에 (고율 관세는) 이중 부담”이라는 지적에 “공감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 불안한 자동차 업계

미국은 자동차 수입이 미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지,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정당한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결론이 날 경우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대해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EU 등 미국의 무역 당사국들은 강력한 보복 조치를 예고한 상황이라 미국의 자동차 관세 부과는 전면적인 글로벌 무역전쟁을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중국의 대미국 상품수출 총액인 5000억 달러 전체에 추가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한국 자동차 산업은 이미 내수가 줄어들고 수출 동력도 떨어지는 상황이어서 미국의 관세 부과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20일 산업부가 발표한 ‘6월 및 상반기 자동차 산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자동차 업체의 수출 실적은 전년 동월 대비 7.7% 줄어든 22만 대로 집계됐다. 미국 수출 시장이 축소된 게 원인으로 꼽혔다. 대미 자동차 수출 실적은 2015년 106만6164대를 기록했지만 이후 2016년 96만 대, 2017년 84만 대 수준으로 줄고 있다.

한국 자동차 업계는 미국이 자동차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면 앞으로 5년간 최대 662억 달러(약 75조 원)의 수출 손실이 생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 이은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