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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대 청소년 사이에서 소셜미디어에 ‘자해 인증샷’을 올리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스스로 자기 몸에 상처를 낸 뒤 이를 찍어 올리는 것. 한 소셜미디어에서 ‘자해’라는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차마 보기 힘든 사진과 동영상이 1만 건 이상 검색된다.
‘자해 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는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의 어머니 A 씨는 2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좋아지고는 있었지만 SNS나 이런 데 들어가게 되면 또 자극을 받고 이런 생활이 반복됐었다”고 털어놨다.
A 씨는 딸이 초등학교 5학년 때 손톱으로 손등을 긁는 행동을 하기 시작해 중학교 2학년 때는 칼로 팔뚝에 자해를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A 씨는 딸의 초등학교 때 상처를 보고는 단순히 다쳤다고 생각했다가 중학교 때 딸이 칼로 자해하는 걸 알게 된 뒤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 때부터 A 씨의 딸은 병원에 입원을 반복하며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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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애들이 그 안(SNS)에서 방황하고 있는 것 같다”며 “사혈 자해라는 것도 한다. 혈관에 주사기를 꽂으면 피가 더 많이 나온다. 딸애 말로는 ‘일본 계정 보면 더 심한 것도 많아. 거의 살을 잘라’ 이런 정도로까지 한다더라”면서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A 씨의 딸은 이 같은 행동이 잘못됐다는 걸 스스로 인정한다고 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에서 관련 게시물을 보면 충동을 받고, 자신이 더 심하게 해서 친구들에게 관심 받고 싶은 충동에 시달리는 것이라고 A 씨는 말했다.
경북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정운선 교수는 이날 같은 방송 인터뷰에서 10대들의 ‘자해 인증’ 현상에 대해 “너무너무 감정적으로 자기가 달아오르고 힘들어서 자기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기 위해 자해라는 방법을 쓴다는 경우가 많다”면서 “특히 공부만 한 애들. 아니면 부모가 시키는 대로 한 애들은 자기 자신을 처벌하기 위한 방식으로 이런 자해를 선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고등학생은 물론 초등학생들도 이 같은 행동을 집단으로 하고 있다며, 모범생 아이들이 모여서 같이 자해를 하고 소셜미디어에 올리기도 한다고 전했다. 특히 죽고 싶은 의도가 없는데 반복적으로 자해하는 아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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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 같은 분노의 감정 등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것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해 스스로 벌을 주기 위한 방식으로 자해를 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아이들이 이 같은 감정과 함께 한편으로는 남들에게 주목받고 싶어 하는 양가적인 감정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소년은 다른 사람의 관심을 받기를 굉장히 좋아한다. 지금 SNS의 문화가 ‘더 많은 사람들이 보는 것이 더 좋은 게시물’이라고 문화를 만들어 놨다. 더 많은 관심을 받는 게 아이들한테는 뭔가 충족이 되는 게 있는 것”이라며 “요즘에는 남들이 하지 못하는 행동을 하는 게 더 용기 있다, 더 멋지다 이렇게 생각하는 아이들의 문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아이들이 이 같은 감정을 겪는 원인에 대해 “아이들이 누울 자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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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교수는 “아이들이 조절할 수 있고 자기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늘려 가면 즐겁게 가지 않을까”라며 학부모를 향해서도 “아이가 스스로를 해친다는 걸 알면 부모님들은 굉장히 고통스럽다.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가서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한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