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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웅의 공기 반, 먼지 반]‘배출가스 0’ 전기차는 친환경의 요정일까?

입력 | 2018-07-19 03:00:00


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요즘 전기차는 ‘패션’이다. 차 뒤꽁무니에서 화석 연료 찌꺼기를 뿜는 내연기관 자동차. 이에 비해 배기구가 없는 미끈한 몸매에 친환경 이미지로 무장한 전기차는 얼마나 멋있어 보이나. 전기차를 사면 지성인, 내연기관 차를 사면 ‘올드보이’로 보인다는 사람도 있다.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천재 사업가 일론 머스크가 셀러브리티로 대접받고 있지 않은가.

정말 전기차는 맑은 하늘을 ‘뿅’ 하고 우리에게 선물할 친환경의 요정일까. 잠시 생각을 해보자. 테슬라에서 새 차를 구입하면 번호판 자리에 붙은 ‘ZERO EMISSION(배출가스 0)’ 광고 문구를 볼 수 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이 없기 때문에 주행 중 발생하는 배출가스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하지만 전기 생산과정의 큰 그림을 볼 필요가 있다. 배출가스가 없다고 대기오염을 전혀 일으키지 않는다고 보긴 어렵다. 전기차를 움직이는 전기 생산 과정에서 오염물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전기차가 얼마나 친환경적인지 평가하기 위해서는 주행 중 배출가스뿐 아니라 전력 생산에 의한 효과까지 고려해야 한다. 만약 전기차 충전을 위해 전력을 생산할 때 많은 오염물질이 대기 중으로 배출된다면, 전기차는 오염물질의 배출 장소를 도로가 아닌 발전소 주변으로 옮겨 놓는 것에 불과할 것이다.

미국해양대기청(NOAA)과 아르곤국립연구소(ANL)의 자료를 바탕으로 계산한 결과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기차(닛산 ‘리프’ 기준)가 일반 차량의 평균값보다 적었다. 사용하는 전기의 전력 생산 방식에 따라 일반 차량 대비 탄소 배출량 감소 폭에도 차이가 났다. 석탄화력발전의 경우 24%의 탄소감축 효과가 있고, 가스터빈과 증기터빈을 동시에 사용하는 병합발전과 천연가스를 활용할 경우 각각 67%, 55%씩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기오염물질의 경우는 사정이 달랐다. 전기차가 석탄화력발전 방식으로 생산한 전기를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단위거리당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은 일반 차량보다 오히려 약 10% 늘었다. 특히 황산화물(SOx) 배출량은 일반 차량의 무려 85배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만약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로 전기차를 운행한다면, 에너지효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승용차를 운행할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오염물질을 발전소 주변에 쏟아붓는 셈이 된다.

전기차가 천연가스로 생산한 전기를 활용할 때도 황산화물 배출량이 70% 늘었다. 전기차가 병합발전 방식으로 생산한 전기를 사용한다고 가정했을 때만 15%가량의 배출량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최근 분석에서도 세계 평균 수준으로 국내에 전기차가 보급될 경우 2030년 전국 초미세먼지(PM2.5)의 평균농도는 오히려 m³당 0.494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의 아이러니라고 할 만하다.

물론 향후 전력 포트폴리오에서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높아진다면 전기차는 지금보다 더 친환경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는 날씨 영향을 쉽게 받을 수 있어 정확한 생산량 예측이 어려운 만큼 국가의 전력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는 아직 역부족이다.

따라서 배출가스가 없다는 이유로 전기차에 대한 면밀한 환경영향평가 없이 전기차를 무작정 확대한다면 미세먼지 문제를 오히려 악화시킬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당장 전기차를 몇 대, 몇 % 확대하겠다는 선언적인 목표보다 우선시돼야 할 것은 국가의 전력수급계획과 연계한 전기차 환경영향평가라고 본다.
 
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맑은 공기에 관심이 높은 요즘, 미세먼지 등 대기화학 분야의 전문가인 김세웅 교수의 칼럼 연재를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