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군수의 구속, 현 군수의 사퇴를 촉구한다.”(의령군적폐청산위원회)
“얼토당토않은 주장이다. 황당하기 짝이 없다.”(이선두 의령군수)
경남 기초단체 18곳 중 인구(2만7800여 명)가 제일 적은 의령군. 의병장 곽재우 장군, 독립운동가 백산 안희제 선생 등을 배출한 민족정신의 고장이다. 이곳이 전에 없이 시끄럽다. 6·13지방선거의 여진 탓이다.
의령읍 충익로 의령군청 주변엔 시뻘건 플래카드가 여러 개 걸려 있다. 초선인 이선두 군수(61)와 오영호 직전 군수(69)를 비난하는 내용이다. 폭염이 이어진 17일 오후 의령읍 중심인 중앙사거리. 가칭 ‘의령군적폐청산위원회’(위원장 홍한기·의령군 의원)의 집회가 열렸다.
임경엽 부위원장(52)은 마이크로 “충의의 고장이 전·현직 군수의 부정한 일로 오염됐다. 선대에 면목이 없고 후손들에게도 부끄럽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오영호 구속, 이선두 사퇴’를 외쳤다. 이들은 거의 매일 집회를 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홍 위원장은 “오 전 군수 구속, 이 군수의 기소가 확정될 때까지 집회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전·현직 군수를 수사 중이다. 경남지방경찰청은 오 전 군수가 재직 시절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밝히기 위해 이달 초 소환 조사했다. 또 그의 자택과 농장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령경찰서는 지방선거 당시 상대 후보가 이 군수를 고소 고발한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고소·고발인과 참고인 조사를 거쳐 이 군수를 소환할 예정이다. 적폐청산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선거에 금권 관권이 동원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이 군수는 물론이고 오 전 군수도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철저하게 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군수는 “고소 고발의 내용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수사기관에서) 아무런 통보도 없었다. 반대파들이 근거도 없이 일방적인 주장만 늘어놓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적폐청산위원회가 자신을 ‘오영호 아바타’라고 공격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과거 오 전 군수의 발언으로 오해가 생겼을 뿐 아무런 도움을 받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행정공무원 출신인 자유한국당 소속 이 군수가 9154표(47.88%)로 당선됐다. 2002년부터 한 차례 의령군수를 지낸 무소속 한우상 후보(70)는 5964표, 남해해경청장을 지낸 민주당 김충규 후보(62)는 3999표를 얻었다. 전직 군수와 가족들, 지방의원과 자생단체들도 나뉘어 각 후보를 지원했다.
‘함께 여는 의령의 청춘시대’를 표방한 이 군수는 본격적인 군정을 펼쳐 보기도 전에 민심을 수습하고, 자신의 선거법 관련 사건을 정리해야 하는 과제 앞에 섰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