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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동맹 공격하고 적국 감싸나” 폭발

입력 | 2018-07-18 03:00:00

[코너 몰린 트럼프]“트럼프, 나토엔 위협 쏟아내더니
러 크림반도 침공엔 비판도 안해… 동맹 고립시키고 푸틴 힘 키워줘”




“냉전은 과거의 산물이다. 세계 상황은 드라마틱하게 변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6일(현지 시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양국의 새로운 관계를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러시아가 서방 세계와 대립하던 냉전시대가 지나고 미국과도 나란히 같은 곳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게 됐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벨기에, 영국, 핀란드로 이어지는 이번 유럽 순방 기간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를 시사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을 ‘적’으로 규정하며 동맹국을 향한 비판도 쏟아냈다. 하지만 정작 러시아에 대해선 너그러운 모습을 보여 유럽 동맹들의 실망과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 순방에서 전통적 우방인 나토를 조롱하거나 위협하는 모습을 보인 데 반해 미국 정보기관이 2016년 자국 대선에 개입했다고 결론 내린 러시아에는 절제 없이 비위를 맞추는 저자세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유럽 국가들이 가장 충격을 받은 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침묵을 지킨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에서 이 문제는 이미 종결된 것”이라며 크림반도 병합을 재확인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반박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폴리티코유럽은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주장에 대해 어떤 반박도 하지 않았다”며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동맹들을 고립시키면서 푸틴 대통령이 새로운 국제정치 지형을 그리도록 허락해줬다”고 비판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교장관은 이날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은 더 이상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에 의존할 수 없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러 정상회담에 앞서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푸틴 대통령을 압박할 100여 쪽 분량의 자료를 주며 “확고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대부분 무시당했다. 참모들이 건넨 자료에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에 대한 문제 제기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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