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공판서 대선캠프 봉사자 증언… “애 아빠 살려야지 어쩌겠냐고 해” 김지은 씨 “법정서 안희정 헛기침에 공포감” 증인신문후 불안감 호소… 방청 포기
수행비서 김지은 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의 재판에서 안 전 지사의 부인이 김 씨의 사생활 정보를 수집하려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지난해 안 전 지사 대선 경선캠프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한 구모 씨(29)는 9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3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주장했다. 구 씨는 올 3월 5일 김 씨의 최초 폭로 직후 ‘김지은과 함께하는 사람들’이라는 모임을 꾸려 캠프 내 다른 성폭력 의혹을 제기했다.
구 씨는 이날 법정에서 “3월 (폭로) 방송이 나간 직후 안 전 지사의 부인인 민 여사와 전화 통화를 했다”며 “김 씨의 과거 행실과 평소 연애사를 정리해서 보내달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구 씨는 “민 여사가 ‘안희정이 정말 나쁘지만 애 아빠니까 살려야지 어쩌겠느냐’면서 이같이 요청했지만 거부했다”고 진술했다.
안 전 지사 측은 “김 씨가 지난해 12월 수행비서에서 물러나 정무비서로 자리를 옮겼을 때 지인들에게 ‘버려지는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김 씨가 수행비서직에 애착을 갖고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날 안 전 지사는 재판에 나왔지만 김 씨는 방청석에 나타나지 않았다. 김 씨는 당초 모든 공판을 방청할 계획이었지만 6일 2차 공판에서 13시간에 걸친 증인신문 후 극도의 스트레스와 불안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대책위)에 따르면 김 씨는 증인신문 도중 안 전 지사의 ‘헛기침’ 소리에 특히 힘겨워했다고 한다. 김 씨는 수행비서로 일할 당시 안 전 지사가 심기가 불편하거나 필요한 게 있을 때마다 헛기침을 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2차 공판 당시 법원은 김 씨를 보호하기 위해 안 전 지사가 앉은 피고인석 앞에 가림막을 설치했다. 증인석과의 거리는 2m 남짓이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